우리말 어휘에서 한자어는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국립국어원이 2010년 발간한 『숫자로 살펴보는 우리말』에 따르면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약 51만 개의 표제어 가운데 한자어가 58.5%를 차지한다. 그에 비해 고유어는 25.5%로 한자어의 절반 이하밖에 안 된다. 한국말을 배우지만 한글보다 더 많은 한자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따라서 단어의 정확한 개념과 정의를 이해하려면 그 단어가 갖고 있는 한자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청대에 나온 『강희자전(康熙字典)』에만도 4만 5,000자가 수록되어 있는 이 어마어마한 수의 한자를 다 알아야 하는 것일까? 다행스러운 것은 일상생활에서 사용되고 있는 한자는 이보다 훨씬 적다는 것이다. 2001년 중국 정부는 국가표준의 한자 27,500자를 지정하여 발표했다. 그러나 실제 중국인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한자는 대략 3,000~5,000 자 정도이다. 우리나라 다수의 기관들에서 시행하고 있는 한자급수시험의 경우 1급은 3,500자 안팎이며 2급은 2,350자 내외, 3급은 1,807자 정도이다. 결국 2,000여 자를 제대로 알기만 하면 된다는 것인데, 그렇다고는 해도 단순한 형태의 상형문자가 아니라 지사(指事), 회의(會意), 형성(形聲), 전주(轉注), 가차(假借) 등의 구성원리가 섞인 복잡한 한자 2,000여 자 이상을 암기하기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복잡한 한자를 보다 쉽게 이해하고 암기하는 방법은 없을까? 한자들을 가만 들여다보면 대부분 두서너 개의 기초 한자들이 합쳐져 만들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기초가 되는 한자들 가운데 사용빈도가 가장 높은 한자들만을 가려 뽑은 것을 소위 부수(部首)라고 부르는데, 이 부수를 기준으로 한자들을 재배열하여 찾아보기 쉽도록 만든 사전이 바로 옥편(玉篇)이다. 214 부수에 해당하는 글자들의 음과 훈을 다 암기하고 이해하며 대부분의 한자는 그 뜻과 음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우선 부수에 해당하는 글자들의 훈(訓)이 실제로 그 글자가 만들어진 배경이나 본뜻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경우가 많아 글자를 알고 있더라도 이 글자가 들어간 다른 글자를 이해하거나 암기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다가 옥편의 부수들은 그 본래의 의미와는 완전히 딴판인 글자들로 잘못 이해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오히려 한자 학습에 방해가 된다.
이제는 한자 학습법의 기본을 다시 세워야 한다. 한자를 공부하는 이상 부수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엉터리로 붙인 부수 글자들의 음과 훈을 기초로 이들 글자들이 합쳐진 복잡한 한자들을 이해한다는 것은 참새를 잡는 그물로 사자 사냥에 나서는 꼴이다. 이 책은 따라서 기존의 부수를 중심으로 한 학습법이 아니라 ‘기초 글자’를 중심으로 생각의 틀을 확장시켜 나가는 방식을 채택했다.
Contents
전 쟁
· 활 궁(弓) … 1
· 화살 시(矢) … 5
· 이를지(至) … 8
· 주살 익(?) … 10
· 창 과(戈) … 11
· 창 모(矛) … 20
· 창 수(?) … 21
· 칼 도(刀/?)… 24
· 도끼 근(斤) … 30
· 수레 거(車) … 33
· 배 주(舟) … 37
· 모 방(方) … 39
· 귀신/보일 시(示/?) … 42
· 점 복(卜) … 46
· 방패 간(干) … 49
· 나라 국/에워쌀 위/큰 입구 몸(?) …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