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 희망을 두고 있었기에 용감하게 견디어 냈다』는 1932년 경기도 양평에서 태어나고 결혼하여 다섯 남매의 자식을 길러낸 한 어머니의 회고록이다. 이 책의 내용도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세대들이 으레 겪어야 했던 고난의 기억으로부터 예외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 책의 주인공 최지숙 마르타는 고난을 아름다운 삶의 열매로 승화시키는 눈에 띄는 본보기를 제시한다. “나는 맨손으로 시댁에서 나왔지만 남의 소를 사주었다가 늘려서 논 열 마지기를 샀어. … 새벽에 일어나서 밥 다 해 놓고 또 논에 나가서 일하는 거야. … 부모가 물려준 재산도 방도 없었지만 그래도 다섯 집이나 우리 집에서 같이 살게 했어. 부엌도 같이 쓰여 여하튼 다섯 집이 한 3년을 함께 살다가 나갔어. 이게 내가 자랑하는 생각하는 거야.”
어디서 몇 번 들었고 봤음 직한 이야기와 사진이 실려 있다. 그럼에도 이 책만이 담고 있는 분명한 메시지가 있다. 누가 가르쳐준 방식이 아닌, 성경의 말씀을 되새기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연민을 실천하면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그거다. “나는 없는 세상 살아도 다 주는 세상 살았지. 얻어 먹지 않았어. 돕고 싶은 마음만 있어. 하느님이 남을 돕고 살라고 하셨으니 하느님 원하시는 대로 사는 거지.” 아름다운 삶의 비결은 ‘하느님께 대한 희망’이라는 분명한 믿음이었다. 믿음은 우리가 바라는 것들의 보증이며 보이지 않는 실체들의 확증(히브 11,1)이라는 성경의 말씀처럼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를 볼 수 있는 사람의 삶은 튼튼한 열매를 맺을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전쟁 패망에 따라 일본 국민들이 자신들의 나라로 돌아가는 모습, 전쟁 중에 사상의 희생양이 되었던 안타까운 현장의 모습은 마치 현장을 바라보는 것처럼 생생하다. 주인공의 구술을 편집자가 풀어 써서 사투리와 투박한 말이 생생하게 살아나 꿈틀거린다. 천주교를 앞서 받아들인 후예로서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있었기에 아름다운 삶’을 일궈낸 주인공의 셋째 아들은 천주교 수원교구의 민영기 요셉 신부다. 민 신부는 이 책에서 “나에게 어머니는 하느님의 크신 배려임에 틀림없다”고 고백하며 “어머니와 순례 여행길에서 이 책의 제목을 생각해 냈다”고 소개하고 있다. “어머니가 성경 말씀 뽑기를 했는데 ‘주님께 희망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용감하게 견디어 냈다(2 마카 7,20)’를 뽑은 것을 보고 놀랐다. 이 성경 말씀은 어머니의 삶을 지탱하게 해줬던 비밀이었기 때문”이라는 부분이 눈길을 끈다.
Contents
들어가는 글
1부| 양말 하나라도 더 기워주었지
2부| 없는 세상 살았어도 다 주는 세상 살았지
3부| 하느님 뜻대로 사는 거지, 하느님이 남을 돕고 살라고 하셨으니…
최지숙 마르타가 걸어온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