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앤 더 시티』는 그저 답답한 도시 공간에서 살며 생명이 깃든 흙을 밟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선 책의 전반부는 글로벌 식품 체계와 생산, 소비자, 식량 위기의 현실을 각종 통계와 자료를 통해 한눈에 보여 준다. 몬산토와 카길을 비롯한 ‘빅 애그’(농업 대기업), 월마트와 코스트코 같은 대형 체인점, 이른바 녹색혁명과 유전자혁명이 20세기 내내 인류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급격한 변화는 그저 ‘먹거리’의 차원을 넘어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에너지, 자원, 지구 생태계에 이르기까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선진국일수록 비만, 당뇨, 심장병 등 음식 관련 질병에 들어가는 의료 예산이 천문학적인 수준에 이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책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는 식품 체계의 대안을 찾아 가는 기나긴 여정을 담고 있다. 도서관이나 책상이 아니라 5년 걸쳐 전 세계 노시농업과 먹거리 혁명의 현장을 찾아내고 발로 뛰며 인터뷰하고 메모하고 사진 찍었다.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인류의 식생활과 도시의 모습을 얼마나 혁명적으로 바뀔 수 있는지 생생하게 다가온다. 다국적 농업회사와 대형 식품 체인점에 포위된 지구 곳곳의 시민과 혁신적인 지방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어느덧 그런 힘겨운 ‘싸움’의 결실이 하나하나 나타났다. 그저 화단 가장자리나 화분에 오이나 상추를 길러 먹는 일뿐 아니라, 닭을 기르고 꿀벌을 치고 포도를 수확하여 판매용 와인을 생산하는 일이 대도시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책에서 조명하는 세계 주요 대도시들은 더 이상 우리가 알고 있던 찬란한 현대 문명의 상징이 아니다. 바야흐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전 세계의 주요 대도시에서 텃밭과 과수원을 가꾸고, 닭과 돼지를 기르고 꿀벌을 치고 있다.
물론 이 책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특별한 성공 사례가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를 보여 주는 장면일 뿐이다. 먹거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깊어지고, 도시농업의 형태와 내용, 아이디어도 훨씬 다양해졌다. 1980년대 후반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슬로푸드’ 운동이 세계 곳곳에서는 확산되고 있고, 슈퍼마켓과 대형마트에 밀려난 농민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도시농업이 그저 한때 반짝하는 녹색 ‘유행’이 아니며, 이 운동의 열기가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은이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제3의 물결’이 일고 있다고 본다. 식량 생산과 체계를 혁신하는 일이 시민운동의 차원을 넘어 이제 도시 정부의 중요한 과제가 된 것이다. 전통적으로 농업과 식량은 중앙정부뿐 아니라 광역 자치단체의 관할이었다. 21세기에는 국가나 국민적 의제보다는 도시 문제가 변화의 새로운 동력이라는 것이다. 이 책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도시농업은 도시가 계획되는 방법, 도시가 작동되는 방식, 도시의 외관과 인상, 냄새까지 모두 바꾸게 될 것이다. 이른바 ‘도시 혁명’이다.
2008년 유엔 인구기금(United Nations Population Fund)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 농촌보다 도시에 더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 미국, 캐나다, 영국 같은 선진 공업국 인구의 80퍼센트가 이미 도시에서 살고 있다. 2030년이 되면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 이상이 도시에서 살게 될 것이다. 지은이는 바로 지금, 도시농업이 도시 공간을 설계하고 이용하는 방법, 식량을 공급하는 방법, 식량 생산자와 지구를 대하는 방법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리라고 기대한다.
Contents
한국의 독자들에게
서문
01 현대 식품점의 허울
02 산업적 식품
03 식품 소비자
04 식량 위기와 지구
05 새로운 먹거리 운동과 도시농업의 등장
06 파리, 현대 도시농업의 뿌리
07 런던, 캐피털 그로스
08 로스앤젤레스, 두 농장 이야기
09 밴쿠버, 캐나다 환경운동의 발상지
10 토론토, 양배추 마을 2.0
11 밀워키, 도시농부와 사회혁명
12 디트로이트, 쇠락한 공업도시의 경제 혁명
13 시카고, 수직농장의 꿈
14 쿠바, 국가 차원의 도시농업
15 결론, 현대 도시와 식생활
감사의 말
용어 해설
주석
참고문헌
도시농부를 위한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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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제니퍼 코크럴킹,이창우
푸드 저널리스트. 캐나다 앨버타 주 에드먼턴과 브리티시콜롬비아 주 오카나간밸리에 살며, ‘푸드 앤 와인 저술가 워크숍’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음식문화, 식량정치, 도시농업, 도시계획을 주제로 《시카고 선타임스》, 《내셔널 포스트》, 《캐나디안 지오그래픽》, 《맥클린스》를 비롯한 주요 신문과 잡지에 글을 싣고 있으며, 캐나다 작가협회 회원으로 직접 글쓰기 강의도 하고 있다. 앨버타대학 불문학과를 졸업했고 캐나다 국가대표 팀으로 1996년 베를린 세계요리올림픽 대회에 출천했다. 2007년 캐나다 요리사협회가 주는 샌디 샌더슨 음식저술상을 수상했고, 《푸드 앤 더 시티》는 캐나다에서 사회정의 분야 우수 도서에 주는 데이브 그레버 프리랜스작가상을 받았다. 2014년 5월 서울에서 열린 도시농업 국제회의에 초청받아 ‘세계의 도시농업 운동’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현재 전 세계 씨앗과 씨앗지킴이, 종자은행에 관한 책을 쓰고 있다.
푸드 저널리스트. 캐나다 앨버타 주 에드먼턴과 브리티시콜롬비아 주 오카나간밸리에 살며, ‘푸드 앤 와인 저술가 워크숍’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음식문화, 식량정치, 도시농업, 도시계획을 주제로 《시카고 선타임스》, 《내셔널 포스트》, 《캐나디안 지오그래픽》, 《맥클린스》를 비롯한 주요 신문과 잡지에 글을 싣고 있으며, 캐나다 작가협회 회원으로 직접 글쓰기 강의도 하고 있다. 앨버타대학 불문학과를 졸업했고 캐나다 국가대표 팀으로 1996년 베를린 세계요리올림픽 대회에 출천했다. 2007년 캐나다 요리사협회가 주는 샌디 샌더슨 음식저술상을 수상했고, 《푸드 앤 더 시티》는 캐나다에서 사회정의 분야 우수 도서에 주는 데이브 그레버 프리랜스작가상을 받았다. 2014년 5월 서울에서 열린 도시농업 국제회의에 초청받아 ‘세계의 도시농업 운동’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현재 전 세계 씨앗과 씨앗지킴이, 종자은행에 관한 책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