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은 언어처럼 구조화되어 있다는 초기의 발견에서부터 향유의 주체에 관한 세밀한 분석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라캉의 중요한 철학적 공헌에 관한 훌륭한 입문서이자 핵심을 찌르는 연구의 산물이다. 현대 언어학을 새로이 개척한 세계적 석학이자 현실 비판과 개입에 적극적이기도 한 노암 촘스키는,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 특유의 ‘난해함’을 놓고서 위와 같이 평가한 바 있다. 촘스키만이 아니다. 실제로 라캉의 텍스트들이 얼마나 까다롭고 어려운지에 관해 서는 그간 많은 말들이 있어왔다. 이렇다 보니 악명 높은 라캉의 ‘스타일’을 둘러싼 열광과 냉소의 거품만 많다 뿐이지, 정작 라캉이 무엇을 의식하면서 그토록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방대하기까지 한 작업에 나섰는가에 관해서는 상대적으로 차분한 논의가 빈곤하다. 특히 저 유명한 세미나 11권을 제외하고는 라캉의 저작이 전혀 번역되지 않다시피 한 국내의 경우에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탈리아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촉망받는 신진 이론가 로렌초 키에자의 『주체성과 타자성: 철학적으로 읽은 자크 라캉』은 바로 이 점을 염두에 두고서 ‘라캉으로의 복귀’를 주창한다. 라캉이 ‘프로이트로의 복귀’를 주창하며 정신분석을 일신했듯이, 키에자 역시 ‘라캉으로의 복귀’를 통해 라캉을 둘러싼 무턱댄 열광과 혹평에서 거리를 두고 라캉(그리고 그의 정신분석)을 일신하려고 한다. “라캉이 프로이트를 다시 소개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라캉을 다시 소개하는 책”이라며 미국의 저명한 정신분석 학자 조안 콥젝이 키에자에게 찬사를 보낸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다.
실로 『주체성과 타자성』은 이런 찬사에 부응하는 성취를 이뤄내고 있다. 라캉 정신분석의 주요 개념들을 중심으로 라캉의 작업 전반을 엄밀하게 정리.해설함으로써 키에자는 그동안 숱한 논란 뒤에 가려져 잘 드러나지 않았던 라캉의 예리한 통찰들, 그리고 무엇보다 라캉이 자신의 작업 곳곳에서 드러낸 ‘생산적인’ 딜레마와 자기모순을 어떻게 오늘에 되살릴 것인지에 관해 도발적인 쟁점을 던진다. 이런 ‘라캉으로의 복귀’를 통해 키에자는 라캉의 사유가 근본적으로 주체에 대한 이론이며, 바로 이때문에 현대 철학은 라캉의 사유를 건너뛸 수 없음을 보여준다. 반-철학자로 알려진 라캉이 역설적으로 주체에 관한 가장 체계적인 이론을 남긴 철학자임을 증명하는 『주체성과 타자성』은 입문자들에게 라캉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을 당길 뿐만 아니라 이미 라캉에 익숙한 사람들의 학술적 열정까지 되살릴 것이다.
2장. 상징적인 것(타자)의 주체
서론: 소타자에서 대타자로 | 말의 기능 | 메시지 개념 | 기표, 기의, 문자
3장. 은유로서의 오이디푸스
서론: 상징계에 진입하기 | 좌절 이전의 신화적 단계, 그리고 원초적 좌절 | 좌절의 변증법, 혹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첫 (“전오이디푸스적”) 단계 |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두 번째와 세 번째 단계들 | 성구분과 여성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 부성적 은유, 아버지의-이름, 그리고 남근 |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무의식의 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