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통속적으로 다룬 책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사랑의 열정 안에 갇힌 세계에서 오로지 심리적 관찰에 초점을 맞추고, 사랑의 감정과 욕망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뛰어난 통찰력을 보여주는 소설은 드물다. 〈육체의 악마〉는 육체적 사랑에 빠진 남자 주인공이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반응을 보이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놀라울 만큼 잘 그려내고 있다. 남자의 연애심리, 즉 사랑하는 여자에 대한 소유욕과 지배욕, 도피 욕구, 그리고 믿음과 의심이라는 이율배반적 태도를 묘사한 대목은 정확하고 날카롭게 핵심을 찌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