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17일 튀니지의 중부 도시 시디 부지드. 대학을 졸업하고도 연줄이 없어 취업하지 못해 무허가 청과물 노점상으로 연명하던 26세 청년 무함마드 부이지지는 경찰의 단속에 걸려 바나나 7kg, 사과와 배 다섯 상자를 빼앗겼다. 여섯 명의 동생을 데리고 살아갈 길이 막연해진 그는 세 차례나 시청에 찾아가 선처를 호소했지만, 돌아온 것은 모욕뿐이었다. 부패한 경찰에게 뇌물을 상납할 형편이 되지 못했던 그는 시청에서조차 외면당하자, "내가 보이지 않는다면 보이게 해주겠다"며 시청 앞에서 몸에 기름을 붓고 불을 붙였다. 그의 분신자살은 부패와 독재에 시달려온 시민의 분노에도 불을 붙였다. 튀니지 민중은 거리로 뛰쳐나왔고, 1월 14일, 23년간 철권통치를 해온 벤 알리 대통령은 결국 망명길에 올랐다.
『아랍의 봄』은 튀니지의 국화 ‘재스민’에서 이름을 따 ‘재스민 혁명’이라고도 불린 이 사건과 이후 중동과 북아프리카 독재국가들에서 민주화 혁명이 일어난 ‘아랍의 봄’의 전개된 과정을 전문가의 글과 참신한 만화가의 그림으로 재구성한 그래픽 노블이다. 중동과 북아프리카 국가에서 역사적으로 독재 정권이 어떻게 자리를 잡았고, 이에 동조하거나 반대하는 종교 세력은 어떻게 분포되어 있으며, 어떤 계기로 ‘아랍의 봄’이 촉발되어 어떻게 전개되었으며, 누가 혁명을 주도하고 투쟁하다가 어떻게 희생되었는지를 매우 생생하고 감동적으로 전해준다. 아울러 부록에 수록된 이 분야 전문가 김재명 교수의 해설은 자칫 복잡하게만 느껴지는 이 지역 문제를 명확하게 짚어주고, 2014년 오늘 중동과 북아프리카 국가들이 직면한 문제를 심도 있게 파헤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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