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의 모더니스트 시인이자 소설가, 화가, 건축가로 장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 최초의 멀티 예술가였지만 시대를 너무 앞서나간 나머지 온갖 냉대와 몰이해 속에서 짧은 생애를 살다 간 이상. 극단적으로 엇갈린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이상은 사람이 아니라 하나의 사건이었다.”라는 시인 고은의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그는 우리 문학사에 벌어진 일대 사건이자 현상이며, 존재 그 자체가 하나의 텍스트 혹은 콘텐츠로 기능하는 독특한 작가이다. 이상과 그의 문학은 오늘날에도 예술가들에게 끊임없이 예술적 영감을 제공하고 있다.
저자는 이상이 불행한 운명 속에서도 이에 지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운명과 대결한 진정한 자유인이었으며, 아무 생각 없이 근대를 소비하고 동경한 ‘모던 보이’가 아니라, 근대라는 세계가 초래하는 문제점들을 예견하고, 작품을 통해 이를 강하게 비판한 깨어 있는 지식인이었다고 말한다. 일반화된 선입관처럼 골방에 틀어박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말들을 주절거리는 심신이 허약한 사람이 아니라, 당시 상황과 세계정세를 가슴 아플 정도로 선명하게 이해하고 이를 시 속에 암호처럼 숨겨 둔 치열한 지식인이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흥미로운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이상의 작품들은 여전히 다가가기가 쉽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근현대 문학을 처음 접하는 청소년 독자들에게 이상의 시와 소설들은 해독 불능의 ‘넘사벽’으로 느껴지기 십상이다. 『이상, 한 번만 더 날자꾸나』는 그런 청소년들을 위한 책으로, 이상의 드라마틱한 삶을 이정표 삼아 그의 문학 세계를 차근차근 따라가게 함으로써 이 책을 읽는 청소년들이 마치 미로와도 같은 이상 문학의 지도를 스스로 완성해 볼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Contents
1. 문을 열려고 안 열리는 문을 열려고
: ‘박제가 된 천재’, 이상의 삶과 문학
* 영원한 앙팡 테리블, 이상_‘이상’이라는 문학적 지도
2. 거울 속의 나는 왼손잡이요
: 자기를 탐구하는 작가, ‘모던 보이’ 이상
* 모던 걸과 모던 보이들의 문화적 해방구_다방 ‘제비’와 경성의 카페 문화
3. 죽고 싶은 마음이 칼을 찾는다
: 죽음과 대결한 자유로운 인간
* 결핵을 바라보는 엇갈린 두 개의 시선_문학작품 속에 나타난 은유로서의 질병
4. 내 사랑하던 그대여, 내내 어여쁘소서
: 이상의 연인과 사랑
* 조선의 ‘노라’들은 어떻게 살았을까?_신여성들의 삶과 사랑
5. 광선보다도 빠르게 미래로 달아나라
: 미래를 살았던 시인, 이상
*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다_하이브리드 예술과 ‘비빔밥’ 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