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출신의 여류작가 스수칭(施叔靑)의 1993년작 소설. 동양의 식민도시 홍콩, 그 먹이사슬의 최상층부에 있는 백인과 하이클래스 중국인들의 신분적 우월성의 상징이던 빅토리아클럽에서 발생한 수뢰사건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을 엮어낸 작품이다. 이 소설은 근대 이후 홍콩에서 살아 온 다양한 인물들을 각각의 주체로 내세워 그들 간의 정치적 관계를 드러내면서 홍콩 사회를 축소해 놓은 정치경제적 지형도를 그려낸다.
빅토리아클럽은 홍콩에서 간판을 내건 지 가장 오래되고 입회요구도 제일 까다로운 사교 클럽이다. 이는 대영제국 식민세력이 홍콩에 뿌리내린 가장 중요한 상징이며, 하이클래스 중국인이라면 초대받는 것을 영광으로 여기는 신분상승의 계단이기도 했다. 이 작품은 클럽의 구매주임 초위와이를 중심으로, 그가 검거되고 조사받고 가택수색 당하는 상황과 위기를 벗어나 보려고 자구책을 마련하는 과정을 거쳐, 마지막 법정판결 장면까지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클럽을 둘러싼 이들의 이야기는 인간적 욕망과 물질적 욕망이 합류하는 홍콩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