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답사는 무료하고 딱딱하다구? 이 책은 환기미술관, 미당고택, 박수근미술관, 명성황후생가, 김옥길기념관, 이상고택, 의재미술관 등을 답사하면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에 대해 탐구하면서, 건축답사지에 걸맞는 고답적 시(월산대군, 김남주, 김수영, 유치환, 황동규, 정호승, 김초혜 등)도 곁들여 건축여행길이 때로는 낭만과 서정으로 넘친다.
또 건축가 없이 건축물이 존재할 수 없듯, 한국건축 1세대를 대표하는 김수근, 김중업, 이희태 등을 비롯해 2세대 김원, 김홍식, 우규승, 김인철, 방철린, 조성룡 3세대 승효상, 김개천, 이종호, 김억중, 이필훈 등의 작품들을 두루 섭렵하고 있다. 나아가 렘 콜하스, 마리오 보타, 장 누벨, 노이슈타트 등 외국 작가들이 설계한 국내 건축물을 돌아보면서 건축예술의 고갱이를 편안한 어조로 풀어낸다. 더불어 건축가들과의 직접 인터뷰를 통해 얻어들은 야사, 설계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도 내용을 더욱 풍성케 한다.
무엇보다 재미없고 따분할 수 있는 건축이야기를 하면서 딸을 결코 소외시키지 않는 점도 이 책의 강점이다. ‘H형강’이나 ‘코르텐강’ ‘필로티’ 같은 건축용어들을 딸의 수준에 맞게 풀어주며 실생활에서 쓰이는 ‘사자성어’도 친절히 설명해주어 인생의 참교육을 주고 있다. 건축답사를 시작한 지도 올해로 7년째 접어들고 있는 요즘, “아빠, 이 건물 누가 설계한 작품인지 알아요?” 하면서 딸이 아빠에게 장 누벨의 루브르 아부다비 작품을 들이대며 아빠를 가르치려 한다.
청소년들에게 건축을 건축학도에게만 이해시키려는 단순 논리에서 벗어나, 일반 독자를 참여케 하는 역설적 건축이야기다. 건축물이란 매개를 통해 그 안에 담겨 있는 건축가의 의도, 역사와 예술, 인물의 삶을 다각도로 들여다보는 방법과 재미를 준다는 점에서 기존의 건축책과 차별화된다. 또한 가족간의 대화 단절, 가족 해체 등의 위기에 놓여 있는 현시점에서《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여행》은 건축답사를 통해 가족간의 화목을 유도하는 소통의 서가 될 수 있다.
Contents
1장 건축, 근현대사를 몸에 새기다
◆ 절두산순교성지(이희태 작)
피비린내 나는 처형장을 죽은 넋들의 안식처로 승화하다
◆ 서울외국인교회(김광욱 작)
-의술, 선교, 교육 꽃피우고 이 땅에 묻힌 사람들의 아름다운 기록
◆ 워커힐 힐탑바(김수근 작)
- 이미지 쇄신과 달러 획득을 위한 군사정권의 개발 놀음
◆ 국회의사당(김정수 작)
-통일성 없는 합작의 그늘, 개성이 묻히다
◆ 자유센터(김수근 작)
-정치적 이해관계 망에서 태어난 건축물, 시민에게 돌아가다
◆ 대한성공회 성가수녀원(김원 작)
-신부들의 반대를 이기고 한국 최초의 수녀원 성당이 탄생
◆ 구벨기에영사관
-방랑을 거듭하다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 분관으로 재탄생
◆ 국립극장(이희태 작)
-더부살이에서 군사정권의 기획문화상품 거쳐 만민 문화공간으로!
◆ 국립현대미술관(김태수 작)
-청계산 자락 능선에 흩뿌려진 2개 동, 어우러짐의 미학
2장 시대인물, 건축으로 남다
◆ 환기미술관(우규승 작)
-평생의 연인, 예술적 동반자가 헌사한 최초의 개인 사설 미술관
◆ 미당고택(리노베이션 김원 작)
-역사 속으로 사라진 ‘예술인마을’에서 유일하게 문화공간이 되다
◆ 박수근마을(이종호 작)
-군소도시의 아름다운 반란, 서민 화가의 예술혼을 대지에 새기다
◆ 명성황후 생가
-비운의 국모를 기리는 곳, 역사체험과 화해의 장이 되다
◆ 김옥길기념관(김인철 작)
-단순한 형태로 무한정의 공간을 연출하는 도심 속의 쉼터
◆ 이상고택
-건축에 몸을 담다 문인 방랑자로 돌아선 이상의 생가
◆ 의재미술관(조성룡 작)
-허백련은 화선지에 산수를, 미술관은 유리창에 자연을 담네
3장 건축, 아트와 실용주의의 유쾌한 만남
◆ 경동교회(김수근 작)
- 신과 인간이 만나고, 인간과 인간이 만나는 만인의 집
◆ 주한프랑스대사관(김중업 작)
- 혁명과 암흑의 시대에 태어난 학춤, 그 이상의 군무
◆ 서울대학교미술관(렘 콜하스 작)
- 학생과 더불어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공중의 거대한 조각
◆ 담양 정토사 무량수전(김개천 작)
-상식을 깨고 보편으로 나아가는 역설의 법당
◆ 리볼버revolver(노이슈타트 작)
- 안양 예술공원의 컬러풀한 둥근 권총, 숲속의 자연 영화관
◆ 삼성미술관 리움(렘 콜하스, 마리오 보타, 장 누벨 작)
- 거장들의 3인3색, 하나의 자궁 안에서 톡톡 튀는 복합문화공간
◆ 초당성당(김영섭 작)
- 성서의 오병이어를 형상화한 원형 아트
◆ 미제루(방철린 작)
- 미완성에서 출발, 살아가는 사람의 희망대로 완성되어 가다
◆ 쌈지길(최문규 작)
- 인사동의 복합문화 산책로, 길은 길이되 길이 아닌 건축물
◆ 아주미술관(김억중 작)
- 현대와 전통이 공존하는 최대의 사설미술관, 지역을 넘어 아시아로!
◆ 이화신세계관&이화글로벌타워(김원 작)
- 미래 여성 경영인의 산실을 꿈꾸는 날개 달린 경영관과 기숙사
◆ 동덕여자대학교학생관(이필훈 작)
-“여학생 심리를 파악하라” 훌륭한 리노베이션으로 상상의 휴식공간 재현!
◆ 탄탄스토리하우스(방철린 작)
- 파주출판도시 안의 꿈동산, 아이들의 상상력을 북돋운다
◆ 교원그룹 도고연수원과 비전센터(조남호 작)
- 배산임수를 존중하는, 휴양과 지성의 공간
◆ 다물마루(김경수 작)
- 산 아래 독특한 퓨전 한옥, 틈틈이 완공해가는 재미
◆ 닥터박갤러리 Dr. Park Gallery(승효상 작)
-강변과 건물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풍경으로서의 건축’을 실현
4장 건축 공간, 교양과 휴식의 장이 되다
◆ 강하미술관 & 거제도 30평집(김개천 작)
-바다와 소나무, 하늘, 별과 달을 담아내는 무소유 건축
◆ 해남 공룡화석지 보호각(김홍식 작)
-억겁의 중생대를 불러오는 땅끝 마을 공룡 체험장
◆ 암사동선사주거지(김홍식 작)
-대홍수가 토한 신석기 움집터, 학습문화공간으로 되살아나다
◆ 국립중앙박물관(박승흥 / 정림건축 작)
-외국군 주둔지로의 오명 벗기고 시민문화사 새로 쓰는 용산의 꽃
◆ 분원백자관(이종호 작)
-200년 동안 묻혀 있다 모습 드러낸 조선백자의 산실
◆ 정림사지박물관(김홍식 작)
-백제의 찬란한 불교예술문화, 망국의 땅 부여에서 되살아나다
◆ 서울시립미술관(삼우종합 작)
“파사드는 살려라!” 73년 만에 구 대법원이 시립미술관으로 탈바꿈하다
◆ 기당미술관(김홍식 작)
-거센 바닷바람 이겨내라, 제주도 선현의 지혜를 담은 토속 미술관의 탄생
Author
이용재
문학도를 꿈꿨지만 군인 아버님의 반대로 공돌이가 되었다. 명지대학교 건축과 대학원에서 건축평론 전공하고 다시 글쟁이를 꿈꾸지만 지독한 배고픔에 회의를 느끼게 된다. 1989년 박봉의 잡지사를 탈출하여 건축전문출판사를 설립했다. 내는 책마다 적자를 헤어나오지 못해 1990년 빚더미 속에 아버님의 강권으로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결혼한다. 1991년에 외동딸을 출산하고 1993년 나도 돈 좀 벌어 보자.’는 마음으로 펜을 꺽고 노가다 현장으로 갔다. ‘다시는 글 쓰나 봐라. 돈도 안 되고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라는 마음으로 살아가지만 IMF 때 전 재산을 날리고 감옥도 다녀오게 된다.
현실을 떠나 전업 주부가 되어 딸 밥해 먹이고 문화재 답사로 소일거리를 하다 2000년 건축 잡지사 편집장으로 복귀한다. 하지만 역시 박봉의 소득이라는 현실에 부딪히며 사직하고 만다. 2001년 건축 현장의 감리로 취직하여 부실 공사 유혹에 맞서다 다시 잘린다. 2002년 도사들의 추천으로 택시 운전을 시작, 주중에 택시 운행 중 스케줄 짜두었다가 일요일 가족과 건축 답사 다니는 것을 유일한 즐거움으로 살았다.
초등학교 4학년 딸에게 이 험난한 세상, 착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면서 본격적인 인문학 교육에 들어갔다. 자꾸 글을 쓰라고 지인들의 꼬드김에 넘어가 11년 만에 인터넷에 청탁도 없는 건축 이야기를 연재하기 시작해, 2003년 인터넷에 연재한 글을 모아 『좋은 물은 향기가 없다』를 출간하였으나 역시 돈은 안 되고 이름 석 자만 유명해졌다. 판매 부수 1천 5백 권. 2005년 두 번째 저서 『왜 이렇게 살기가 힘든거예요』 출간, 공중파 방송을 비롯한 수십 개 언론에 등장하지만 판매 부수는 1천 5백 권에 그친다. 2006년 블로그 개설하고 이용재 알리기에 본격 나선 후, 2007년 『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 여행』을 출간하였다. 이번 책도 안 팔리면 은퇴하겠다고 생각하였으나, 6개월 만에 1만 권을 판매하고 교보문고에서 팬 사인회도 하고, ‘KBS TV 책을 말하다’에도 출연하였다. 당시 PD의 말에 의하면 건축 책으로 ‘KBS TV 책을 말하다’에 출연하기는 역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택시 기사 5년 만에 이루어낸 성과였다. 대전이 대한민국 중심이라 답사에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에 아산을 거쳐 대전으로 남하해 전업 작가로 나섰다. 안 되면 다시 택시기사로 복귀 예정이다.
주요 저서로는 『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 여행』, 『아빠랑 함께 보는 우리 옛 건물』, 『딸과 떠나는 국보 건축 기행』, 『딸과 떠나는 인문학 기행』, 『선비들의 고단한 여정 - 딸과 함께 읽는 답사 여행기』『딸과 떠나는 성당 기행』 등이 있다.
문학도를 꿈꿨지만 군인 아버님의 반대로 공돌이가 되었다. 명지대학교 건축과 대학원에서 건축평론 전공하고 다시 글쟁이를 꿈꾸지만 지독한 배고픔에 회의를 느끼게 된다. 1989년 박봉의 잡지사를 탈출하여 건축전문출판사를 설립했다. 내는 책마다 적자를 헤어나오지 못해 1990년 빚더미 속에 아버님의 강권으로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결혼한다. 1991년에 외동딸을 출산하고 1993년 나도 돈 좀 벌어 보자.’는 마음으로 펜을 꺽고 노가다 현장으로 갔다. ‘다시는 글 쓰나 봐라. 돈도 안 되고 알아주는 사람도 없고.’라는 마음으로 살아가지만 IMF 때 전 재산을 날리고 감옥도 다녀오게 된다.
현실을 떠나 전업 주부가 되어 딸 밥해 먹이고 문화재 답사로 소일거리를 하다 2000년 건축 잡지사 편집장으로 복귀한다. 하지만 역시 박봉의 소득이라는 현실에 부딪히며 사직하고 만다. 2001년 건축 현장의 감리로 취직하여 부실 공사 유혹에 맞서다 다시 잘린다. 2002년 도사들의 추천으로 택시 운전을 시작, 주중에 택시 운행 중 스케줄 짜두었다가 일요일 가족과 건축 답사 다니는 것을 유일한 즐거움으로 살았다.
초등학교 4학년 딸에게 이 험난한 세상, 착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면서 본격적인 인문학 교육에 들어갔다. 자꾸 글을 쓰라고 지인들의 꼬드김에 넘어가 11년 만에 인터넷에 청탁도 없는 건축 이야기를 연재하기 시작해, 2003년 인터넷에 연재한 글을 모아 『좋은 물은 향기가 없다』를 출간하였으나 역시 돈은 안 되고 이름 석 자만 유명해졌다. 판매 부수 1천 5백 권. 2005년 두 번째 저서 『왜 이렇게 살기가 힘든거예요』 출간, 공중파 방송을 비롯한 수십 개 언론에 등장하지만 판매 부수는 1천 5백 권에 그친다. 2006년 블로그 개설하고 이용재 알리기에 본격 나선 후, 2007년 『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 여행』을 출간하였다. 이번 책도 안 팔리면 은퇴하겠다고 생각하였으나, 6개월 만에 1만 권을 판매하고 교보문고에서 팬 사인회도 하고, ‘KBS TV 책을 말하다’에도 출연하였다. 당시 PD의 말에 의하면 건축 책으로 ‘KBS TV 책을 말하다’에 출연하기는 역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택시 기사 5년 만에 이루어낸 성과였다. 대전이 대한민국 중심이라 답사에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에 아산을 거쳐 대전으로 남하해 전업 작가로 나섰다. 안 되면 다시 택시기사로 복귀 예정이다.
주요 저서로는 『딸과 함께 떠나는 건축 여행』, 『아빠랑 함께 보는 우리 옛 건물』, 『딸과 떠나는 국보 건축 기행』, 『딸과 떠나는 인문학 기행』, 『선비들의 고단한 여정 - 딸과 함께 읽는 답사 여행기』『딸과 떠나는 성당 기행』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