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뭔가가 사라지는 순간은 갑자기 다가옵니다. 숲속 유리집에 살고 있는 아름다운 뿔을 가진 사슴도 그랬답니다.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떠보니 자신을 아름답게 장식하던 뿔 한 쪽이 사라진 거예요. 사슴은 깊은 슬픔에 빠지지요. 그러나 기운을 차려, 뿔을 찾아 여행을 떠나기로 합니다. 사슴은 과연 잃어버린 뿔을 찾을 수 있을까요?
여행 속에서 사슴은 마음이 따뜻한 친구들을 만나며 조금씩 힘을 얻어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슴은 반쪽을 잃어버린 슬픔에 울고 있는 달을 만납니다. 어느새 사슴은 친구들에게 받았던 위로와 격려를 달에게 건네줄 만큼 씩씩해졌습니다.
뿔을 찾아 여행을 계속하던 사슴이 가지고 있었던 나머지 뿔마저 떨어져버립니다. 뿔이 하나도 없어진 사슴은 덤덤히 숲속에 있는 자신의 유리집으로 발걸음을 돌리지요. 잃어버린 뿔을 찾으려고 애쓴 노력의 시간이 있었기에, 그 속에서 만난 친구들의 따뜻한 위로가 있었기에 사슴은 더 이상 슬프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아침, 거울 속에 비친 사슴의 머리엔 새로운 뿔이 양쪽에서 솟아나고 있습니다.
뿔을 잃어버린 사슴의 이야기는 더없이 아름다운 그림으로 펼쳐집니다. 때론 새벽안개를 뿌려놓은 것처럼, 때로는 환한 꽃들을 던져놓은 것처럼, 그리고 때로는 밤의 속삭임을 옮겨놓은 것처럼 마주하는 장면마다 황홀하기 그지없습니다. 상실의 아픔을 극복하고 치유하며 회복해나가는 과정을 다양한 그림 톤으로 차분하면서도 선명하게 보여주는 표현의 섬세함에서 몰입과 집중을 들숨과 날숨으로 대신한 작가의 호흡이 느껴집니다.
그에 덧붙여 내용의 흐름에 맞추어 보여주는 글자간 긴 띄어쓰기의 디자인은 파격적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며 읽어갈수록 내용을 깊게 전달해주는 장치로서의 디자인이 그 역할을 다하고 있기에 독자들은 새롭고도 창조적인 읽기 리듬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