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理' 와 '기氣'는 성리학의 핵심적인 개념이다. 기는 세상 만물을 형성하는 바탕이나 힘을 뜻하며, 기라는 원료를 바탕으로 형성된 세상 만물의 운행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끄는 원리가 바로 이이다. 이와 기는 세상 모든 만물에 모두 깃들어 있지만 동시에 이 두 가지는 서로 혼동되지도 섞이지도 않는다. 이와 기의 개념은 중국 고대로부터 존재하던 것이지만 송대 성리학이 성립되면서 우주와 인간의 구조와 변화를 설명하는 핵심적인 개념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성리학의 대가이자 이 책의 주인공인 퇴계 이황은 자가 경호 이며 진보 사람이다. 예안현 온계리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 아버지를 여의었고, 숙부로부터 교육을 받아 34세에 문과에 급제하였다. 여러 벼슬을 두루 거친 뒤 50세 무렵에 벼슬을 사직하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그때 이미 학문과 덕행으로 그를 따를 이가 없다고 할 정도로 이름이 높았다. 그 뒤로도 벼슬이 계속 내려왔으나, 사양하고 나아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고향에 내려가서는 학교를 세우고 후학을 길렀는데, 많은 제자들이 모여들어 조선 성리학의 일대 학파를 형성하였다.
그의 학문은 대개 선대 학자들의 글을 통해 이룩한 것인데, 주자를 표준으로 삼았고 '주자 이후의 일인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책에서 보여지는 퇴계는 이론적인 접근보다는 제자들에게 이와 기의 개념을 보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선생으로서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치나 자연에 대한 이론적인 논의보다는 인간이 자연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에 관심을 보인다. 퇴계는 자연의 원리를 거스르지 않고 그것을 드러내어 자신과 일체가 되게 하라고 가르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