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부호』의 그림은 점묘화로 그렸습니다. 붓으로 넓은 면을 칠하는 대신 작은 점을 하나하나 찍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품이 많이 들고, 점의 크기나 간격의 작은 차이에도 형태와 명암이 달라지기 때문에 펜 끝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하는 고된 기법이지요. 나비의 솜털, 꽃잎의 주름까지 느껴지는 세밀한 점묘화에서 그런 작가의 땀과 수고가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점 하나하나는 그저 점일 뿐이지만, 여럿이 모이면 씨앗이 되고, 꽃잎이 되고, 나비가 됩니다. 또 땅이 되고 하늘이 됩니다. 무수한 작은 점으로 사물과 풍경을 표현하는 점묘화는, 마치 독립적인 존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자연과도 닮았지요.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자연의 순리에 따라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듬뿍 담겨 있는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