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서유럽에 기원을 둔 문명 개화담론과 근대 국민국가 이념이 조선으로 유입되면서 근대적 교육의 수혜자로서 여학생이 부상하고 근대적 형태의 직업부인과 여성 노동자층이 탄생하였다. 전통과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했던 서구적 근대의 이식, 일본의 제국주의 침탈과 맞물린 타율적인 근대화 과정에서 물질적·문화적·인식론적 시차(時差)를 경험한 한국은 삶의 각 층위에서 근대의 다면적인 얼굴을 만들어내었다. 그 식민지 근대의 급격한 소용돌이 가운데, 이전 시대와는 다른 극적인 삶의 변화를 체험한 여성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 책은 경성이라는 ‘도시 공간’과 ‘여성’이라는 두 키워드의 결합을 통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질문을 제기한다. 먼저 도시를 통해, 여성의 삶은 어떤 다른 이야기들을 양산하였는가 라는 물음이다. 이는 도시 공간에 내재한 모더니티가 궁극적으로 여성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하는 질문과 맞물린다. 두 번째는 여성을 통해, 도시는 어떻게 다르게 접근될 수 있을까 이다. 이는 젠더를 통해 한국의 식민지 근대가 어떻게 다르게 기술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시대를 다르게 본다는 것은 그 시대를 살아간 복수의 주체들에 대한 새로운 읽기에서 가능하며, 침묵하거나 배제되었던 복수의 시선들을 역사 속으로 되돌리는 작업 속에서 온전한 의미를 획득할 것이다.
Contents
들어가며: 여성을 통한, 도시에 대한 물음들
Ⅰ. 근대 도시와 여성
1. 모더니티, 스펙터클, 여성
2. 식민지 도시 경성과 산책
3. 도시로 나온 여성 산책자들(flane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