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소녀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할머니는 어디로 갔을까요?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어린 소녀는 자신이 하느님을 믿는지 믿지 않는지조차 잘 모릅니다. 죽은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도 잘 몰라요. 하지만 살아 있을 때 할머니가 좋아하던 것들을 생각하면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할머니는 젊어졌을까요? 할머니는 혼자 살까요, 할머니의 엄마와 함께 살까요? 우리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어린 소녀는 할머니가 떠나간 곳에서 할 수 있을 법한 일들을 상상합니다. 친구인 에바 할머니와 웃고 떠들고, 오리고기를 실컷 먹고, 그림과 노래를 배우고, 할아버지와 다시 만나 산책을 즐기고, 쇼핑을 하며 동네 아주머니들과 대화를 나누고, 실 대신 바람으로 뜨개질을 하고, 늘 아프던 몸도 싹 낫고…….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펼친 아이는 할머니가 내 마음속에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기분 좋은 걸음으로 다시 현실에 내려섭니다. 아이가 상상하는 장면 가운데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텔레비전으로 지상에 남겨두고 온 가족을 보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