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히포크라테스의 정신을 되새기며 의사라는 성직을 수행하는 의사는 얼마나 될까. 환자와의 관계에만 충실하면 됐던 예전과는 달리, 사회와 의학의 변화에 따라 현재 의사의 역할은 사회적 계약과 정치적, 종교적 현실에도 영향을 받는다. 의약분업을 둘러싼 논란과 의사들의 파업, 한의사-약사-의사 사이의 물고 물리는 직역 다툼, 의료에서도 외면할 수 없는 경제적 논리 등은 히포크라테스가 활약했던 2500년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상황이다.
저자는 의사의 상황과 히포크라테스적 이상이 더 이상 부합되지 않는 현실을 파헤친다. 정신과 전문의이자 법학자이자 윤리학자이자 보건의료정책 전문가인 저자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저술한 이 책은 미국 사회 곳곳에서 벌어진 현상을 통해 의학이 국가적,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이용’되고 있으며, 때로 이런 역할이 ‘환자의 안녕에 대한 특별한 헌신’이라는 히포크라테스적 이상과 충돌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