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시집 제목이 시사하듯 아버지(父性) 상실시대에 바치는 한 시인의 진득한 과거가 묻어있는 청춘의 편력기이자 가족의 의미와 여성의 존재와 성의 의미, 섹스(SEX)가 한 존재에게 어떠한 의미를 던져주며, 그 속에서 인간성을 찾아가는 삶의 편력과 함께 지난 시대 우리사회의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느낀 여러 소회와 고뇌하고 방황하며 살아온 한 청춘의 과거사를 진솔하고 솔직담백한 언어로 담아내고 있다.
홍성식 시인의 이번 처녀시집은 총4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모두 63편의 시를 싣고 있다. 이 중 일부는 <오마이뉴스>에 연재되어 그 도발적 상상력으로 문단과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제1부인‘꽃 속으로 추락하다’는 이 시인이 이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독법으로 읽히는 바 이는 자본의 물신 속에서 사는 현대인의 고뇌와 절망의 언덕을 뛰어넘어 비상하고자 하는 자기 결단의 흔적을 보여준다. 제2부인‘아버지의 집’은 가족의 의미와 아버지, 어머니, 누이 등 삶의 동반자들에 대한 애착이 넘쳐나며 특히 아버지 상실시대에 부정(父情)의 미학을 보여주는 시들로 구성되어 있다.
제3부인‘돼지의 딸을 사랑했다’는 여성의 존재의 의미와 그것이 한 남자를 어떻게 변화시켜 가며, 아울러 섹스가 한 인간에게 어떠한 질적 변모를 가져다주는가에 대한 그 나름의 진지한 탐색이며, 마지막 제4부인‘내가 건드린 바람’은 고교시절 한때 랭보를 꿈꾸며 부산 서면로터리 청춘의 아픈 흔적에 대한 이야기들로 구성돼 있다.
Contents
시인의 말
1부 - 꽃 속으로 추락하다
끝이다, 아니 시작이다
동백을 보며
꽃 속으로 추락하다
안개, 그 강에 갔었다
그래서 너는, 그래서 나는
뱀에 관한 몇 가지 단상
강에게 배우다
새벽, 비명을 듣다
슬픈 진군
눈물이 아니라면
말 속의 늦잠
잠 없이 꾸는 꿈
도시엔 벼랑이 없다
동태찌개를 먹으며
다시, 오월에는
2부 - 아버지의 집
푸른 뱀의 새가 되다
아버지꽃
딸기밭 사랑노래
아버지의 집
남자, 그녀, 사내, 여자, 아버지
가을, 붉디붉어라
바다의 끝에는 국화를 키우는 노인이 산다
매혹 당한 가족
누이의 겨울기도
육교 위의 아버지
그 여름 우리는 내내 배를 앓았다
가벼운 혹은 낯선 죽음
통영에서의 귀가
오이디푸스의 노래
3부 - 돼지의 딸을 사랑했다
사랑
여자
릴케의 장미
초경
취한 탕자의 노래
그 바다에서
돼지의 딸을 사랑했다
넓은 방의 늙은 여자들
포말... 하얀 매춘의 여자
그 여름의 삽화
그녀 등 뒤의 칼자국
정은이도 '마돈나'식 화장을 시작했다
작부를 위하여
작부 명옥 이야기
숨겨온 정부
4부 - 내가 건드린 바람
어둠이 걸어오다
행복한 사람들의 노래
모조리 꽃이다
짧은 시
우리, 희망을 만나기까지
입양하던 날
호박밭에서
랭보를 기다린다
영사막엔 'THE END'가 올라왔다
자궁, 귀환을 꿈꾸다
사생아를 위하여
그리고, 살아있었다
헐리우드 영화를 위하여
시인은 이렇게 말하더라
잠긴 방문
아름다운 악당
가택 연금
길 위의 기억
내가 건드린 바람
해설 - 오 마이 놀람, 그가 시집을 내다니 / 방민호
부산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청춘의 한 시절을 보냈다. 그 경험이 일찌감치 동서 갈등의 그림자를 의식에서 털어내게 했다. 2005년 [시경]으로 등단했고, 시집 『아버지꽃』, 『출생의 비밀』 등을 펴냈다. 몇 곳의 신문사를 옮겨 다니며 20년 가까이 기자로 일하고 있다. 마흔 살이던 2011년 20여 개 나라를 홀로 떠돌며 기억 속에 남을 ‘에뜨랑제의 삶’ 10개월을 보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