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 형태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은 강제 퇴거, 괴롭힘 또는 기타 위협에서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점유에 대한 법적 안정성을 보장 받아야 한다.' 이 말은 누군가의 머리에만 있는 상상 속의 말이 아니라, 유엔 사회권 위원회에서 펴낸 사회권 규약에 있는 말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지난 1월 20일, 수도 서울의 한복판 용산에서 믿을 수 없는 참극이 벌어졌다. 생계 대책을 요구하며 망루에 올라간 철거민 5명과 이를 진압하려던 경찰 1명이 불에 타 죽은 사건이다.
이 책은 이번 용산 참사 희생자 가족과 다른 여러 지역의 주거 세입자 및 상가 세입자들의 열 다섯 개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참여한 15명의 필자들은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이야기를 적은 것이 아니라, 삶의 장소로부터 뿌리 뽑힌 하위주체들의 목소리를 직접 받아 적었다. 즉, 우리 이웃인 철거민들을 한 명 한 명 만나서 그들의 살아 숨 쉬는 목소리 그대로를 책 속에 담은 구술 기록인 셈이다.
용산 참사에서 죽음을 맞았던 윤용현·이성수·양회성 씨의 가족을 비롯해, 고양시 풍동·광명시 광명6동·서울시 흑석동·성남시 단대동·서울시 순화동 등에 거주하고 있다가 재개발로 인해 삶의 근거를 완전히 상실했던 철거민들이 자신의 기막힌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이를 통해 뉴타운개발, 경제문화도시 마케팅, 한강르네상스 등의 화려한 수식어들이 소수의 개발업자와 투기꾼, 땅 부자들에게는 현실일지 몰라도, 그곳에서 수십 년간 생계를 일궈온 원주민들과 상가·주거 세입자들에게는 삶터와 일터를 한순간에 빼앗기고 외각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지독한 현실'이라고 꼬집고 있다.
Contents
책을 내며 | 연정
‘용산’에서 확인하는 지독하게 불편한 진실 | 박래군
주택공사라는 ‘골리앗’과 싸워 이기다
-성낙경, 고양시 풍동 | 조혜원
땅도 쳐다보고 하늘도 바라보며 내 집에서 살고 싶다
-유순복, 광명시 광명6동 | 안미선
저는 꽃이에요
-조명희, 서울시 천왕동 | 김일숙
나는 정의감에 불타가지고 처음에 시작했어요
-정삼례, 서울시 흑석동 | 자그니
집 평수 넓히려는 사람들 마음속에 폭력이 있어요
-인태순(전국철거민연합 연대사업위원) | 김순천
도망가는 것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망루로 올라왔어요
-철거민 7명 용인시 어정 | 김형석
중요한 건 침묵하지 않는 거죠
-이영희, 서울시 용산동5가 | 라흐쉬나
없는 사람은 아예 없고 있는 사람은 아주 많고
-박명순, 성남시 단대동 | 박해성
재개발은 누구한테나 다 올 수 있는 일이에요
-김창수, 성남시 단대동 | 연정
혼자 가는 길 아니라네
-남경남(전국철거민연합 의장) | 김미정
여기가 내 집이네, 내 집
-최순경, 서울시 용산4구역 | 이호연
그 노래가 이렇게 내 가슴을 울릴지 몰랐어요
-박선영, 서울시 용산4구역 | 이선옥
내 꿈과 희망이 그렇게 터무니없는 것인가요?
-지석준, 서울시 순화동 | 강곤
뭐 하나 밝혀진 게 없어요
-정영신(故 이상림 씨 막내며느리) | 도루피
내가 아버지였어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겁니다
-故 윤용헌 씨 장남 현구, 故 이성수 씨 차남 상현, 故 양회성 씨 차남 종민 | 장일호
조세희 작가에게 듣다_ 이 선을 넘으면 위험하다 | 박수정
뉴타운·재개발 사업 바로알기 | 이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