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과학적 안목으로 들여다볼 수 없는 자체의 논리를 그 속에 감추고 있는 천자문이 오늘날의 사람이 아니라 그 시대의 사람들에 의해 읽혀진 자기 나름의 특징을 지니고 있음에 주목한다. 이 책은 천자문이 만들어진 뒤 얼마 되지 않아 나온 주석서로 훗날 천자문 읽기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천자문의 첫 구절인 '천지현황天地玄黃'은 오늘날 과학적 관점에서 보면 논리에 맞지 않는다. 도대체 왜 하늘이 검붉은 색이며 땅이 황색인가? 역자는 이를 현대의 과학적 관점이 아니라 그 시대의 철학적 관점에서 읽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하늘은 인간이 환히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제때에 사물을 생성시키므로 투시가 불가능한 검은색과 가장 어울린다. 검은색이라도 흑黑이라고 하지 않고 현玄이라 한 것은 노자이래로 현이 검은색과 근원을 나타내는 것으로 널리 읽혀졌기 때문이다.
천자문이 단순한 책이 아니라, 세상의 질서를 담아내고 다시금 그 의미의 세계를 독자에게 끊임없이 실어 나른다고 주장하는 역자는 천자문을 '이 세상을 삼킨 책'이라고 말한다. 이섬의 풀이를 충실하게 번역하기도 했지만 일본의 중국문학 전문가 오가와 다마키의 설명을 통해 천자문의 구성과 역사를 보다 생생하게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