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라는 존재 자체가 서구 사회에서는 하나의 수수께끼였다. 우상신으로서의 붓다와, 철학자로서의 붓다 사이에는 너무도 큰 격차가 있었다. 그래서 붓다는 둘이라는 ‘붓다2인설’까지 주장되기도 했다. 이처럼 붓다의 모습이 모호하게 받아들여지던 시대에는 붓다가 설한 가르침에서 출발하는 불교 자체도 극히 모호하게 받아들여졌다.
그러다가 불교의 모습이 차츰 명확해지면서 서구인들은 불교를 두려워하게 되었다. 19세기 유럽에서는 불교 자체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불교가 두렵다는 것은 곧 무(無)의 숭배로서의 불교를 믿는 아시아인들마저 두렵게 느껴진다는 뜻이기도 했다.
불교를 ‘무의 숭배’로서 파악한 사람들 중에는 쿠쟁을 비롯해 르누비에, 텐느, 르낭 같은 프랑스의 중요한 사상가들뿐만 아니라 헤겔, 쇼펜하우어, 니체 같은 독일의 저명한 철학자들도 들어 있었다. 그렇다면 왜 불교는 ‘무의 숭배’로 오해되며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을까?
Contents
옮긴이의 말: 소개에 대한 짧은 생각
서언_ 어느 오류의 의미
거북의 털과 초탈 | 붓다라는 악몽 | 희망이 공포로 | 만남이라는 허구 | 한 단어와 사물의 출현 | 끈질긴 몰이해 | 언어 습득과 고문서 해독 | 무(無)의 맥락 | 세 가지의 허무주의
제1부 태동 (1784~1831)
1. 얼굴 없는 우상
‘원시 세계'란? | 머큐리라는 이름의 붓다 | 피요르드의 불승들 | 곱슬머리를 한 저 먼 곳의 예수 | 아주 조심스러운 무의 표면화
2. 붓다의 정체
오직 한 인간일 뿐 | 한 도덕가의 생애 | 불교도의 수는? | 유령의 희미한 윤곽
3. 한 세계의 부상
새로운 질문들 | 정확한 연대기 | 붓다는 둘인가 하나인가? | 언어 해독 | 고요한 아침
4. 불교도들의 무
입 속의 발가락 | 기만적인 스승 | 순수 존재, 아무것도 없는 상태 | 경멸에서 인정으로
제2부 위협(1832~1863)
5. 무에 대한 두려움
신중한 무 | 모욕의 대상이 되어버린 무 | 개탄스러운 무 | 어느 부정적인 종교
6. 프랑크푸르트와 티베트
황금빛의 불상 | 일치의 표방 | 최후의 말 | 얼어붙은 숨결
7. 인종차별의 신화
인종적·언어적 차등성 | 패배를 통한 구제 | 고비노에서 나치즘으로 | 분열을 모르는 여명의 땅 | 강한 언어, 약한 언어 | 원숭이와 인간의 유사성
8. 인류의 종말
유감스런 예의 | 원칙상의 문제
제3부 쇠퇴(1864~1893)
9. 가공의 허약성
5~6천 편의 논고 | 불교의 연민과 기독교의 사랑 | 니체의 선택, 비극 | 두 개의 얼굴 | 제2의 불교 | 고통의 전령
10. 염세주의의 시대
죽음의 충동 | 몇 잔의 우유 | 신불교의 시대 | 종교회의와 아리안족
결론 : 숨겨진 실험실
신 없는 인간들 | 하찮은 인간들 | 퇴화된 인간들 | 투사, 그 긍정성 | 예견, 그 부정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