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은 단순히 하나의 언어로 된 의미체를 다른 언어로 옮기는 작업만을 일컫지는 않는다. 그것은 문자의 축자적 해석을 통해 의미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단계를 넘어서서, 주어진 현실과의 접면을 형성하면서 새로운 의미를 확보하는 과정까지 포함한다. 나아가 하나의 문헌 속에 들어있는 해당 사회가 부딪친 문제적 상황과 해결방안이라는 관념의 체계까지 이해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특히 고전 번역은 단순히 과거의 문자를 지금의 단어로 옮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시간을 넘어서 하나의 문화를 또 다른 문화로 옮기는 문화적 행위인 것이다. 즉 고전 번역이란 고전을 산출한 과거의 지적 공간을 오늘날의 지적 공간 속에 삽입하여 새로운 문맥적 의미를 획득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고전 번역은 현재적 기획이며, 고전에 새로운 생명을 획득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고전번역은 번역이 갖는 시간의 횡단적 성격에, 고전이라는 보편적인 관념이 결합하여 작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 내 다양한 흐름들의 조우와 융합이 만들어내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고전 번역이 갖고 있는 이러한 양상들을 조망하며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
Contents
책머리에
1부. 고전의 정의와 고전 해석
고전의 ‘국민화’―‘고전’은 어떻게 국민어와 국민문화 속에서 창출되었는가∥이연숙
가다머의 철학적 해석학의 관점에서 본 고전과 고전해석∥김정현
고전의 더 나은 이해를 위하여―플라톤의 햐르미데스에 나오는 ‘인식의 인식’의 예∥주광순
경전에서 고전으로―불교 문헌의 현대와의 대화∥김종인
2부. 고전 번역과 문화 번역
번역으로서의 동아시아∥이동철
언어 번역에서 문화 번역으로―폴 리쾨르 번역론 연구를 통한 상호문화성 성찰∥김정현
세기 초 한국 불교 개혁론에서 불경의 한글 역에 대한 인식∥김종인
최남선의 신대한(新大韓) 기획과 '로빈슨 크루소'∥김남이하상복
3부. 고전(정전)의 정치사회적 역학관계
서포만필의 민족어 문학론 비판∥강명관
‘연암(燕巖)’이라는 고전의 형성과 그 기원()∥김남이
근대중국의 ‘新文學’ 형성과 정전화 과정∥김소정
윤동주 시의 정전화와 민족주의 지평 넘기∥허정
언어 자료의 정전화와 아카데미 프랑세즈 사전∥이은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