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설악산 백담사를 중심으로 수행한 설악무산 대선사의 불교 사상과 선관(禪觀)에 대한 열 편의 학술논문 모음집이다. 설악무산(雪嶽霧山: 1932~2018)은 경남 밀양군 상남면에서 태어난 시인이자, 설악산 신흥사 기본선원 조실을 지낸 선사로, 현대 한국불교에서 남들이 쉽게 흉내 낼 수도, 지울 수도 없는 흔적을 남긴 고승이다. 보통의 경우 스님들은 출가하면 엄격한 행자 생활을 거쳐 수계득도하고 강원에 들어가 경학을 익힌 뒤 천하의 선지식을 찾아 참선수행을 한다. 그런데 스님에게는 이런 과정이 없다. 본인의 고백을 따르면 소머슴으로 절에 들어와서 중도 속도 아닌 천하의 게으름뱅이로 살아왔다고 한다. 뒷날 스님은 자주 ‘낙승(落僧)’이란 말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른바 정규과정을 이수하지도 않고, 삼천위의와 팔만세행을 다 지키는 수행자도 아니니 중이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겸사에는 스님 특유의 불교관이 숨어 있다. 대체로 사람들은 자신의 치부는 감추고 잘난 것을 자랑하고 싶어 한다. 세상에 온갖 거짓과 위선이 범람하는 것은 철저하게 이와 유관하다. 중생이 중생인 것은 탐진치(貪瞋痴) 삼독에 물들어 있으면서도 그것을 짐짓 외면하는 데 있다. 이를 간파한 스님은 스스로를 ‘천하의 게으름뱅이’ ‘낙승’이라고 명명함으로써 자신에게 매달린 무명과 번뇌를 벗겨내고자 했다. 고래로부터 불교의 수행자를 ‘세상으로부터 밥 얻어먹는 비렁뱅이(比丘)’라고 지칭한 것과 같은 뜻이었다.
스님의 이러한 생각은 ‘부처님 밥값 갚으려고’ 쓴 몇몇 저술에 그대로 남아 있다. 스님이 남긴 저술은 선수행자의 지침서인 『벽암록』과 『무문관』 한 · 중 · 일 선사들의 일화 모음집인 『선문선답』 그리고 백유경을 선해한 『죽는 법을 모르는데 사는 법을 어찌 알랴』 등 4권이다. 이 책들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스님이고 해설을 붙인 ‘사족’이다. 스님은 이 사족을 통해 불교란, 진리란, 깨달음이란 앎과 삶을 일치시킬 때만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마음이 곧 부처(心則是佛)’라고 하지만 부처처럼 살지 않으면 이 말은 별무소용이라는 것이다. 불교를 이론으로만 익히고 배운다면 천불이 출세해도 허망한 일이라는 지적인 셈이다.
스님의 지적은 입으로만 불교를 말하고 문자로만 깨달음을 논하는 오늘의 불교를 향해 내려치는 주장자와 같다. 불교의 진리가 진리로서 가치를 빛내기 위해서는 부처님 그늘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부처님처럼 살기를 노력할 때만 진정한 의미가 드러난다. 불교는 철학이나 사상을 위한 종교가 아니라 실천을 통해 인생과 세계를 전회하는 것에 목표를 둔 종교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 책은 이러한 스님의 불교적 생각을 짚어보기 위해 설악 · 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두 번째로 마련한 ‘설악무산의 불교, 그 깊이와 넓이’(2022.8.10. 만해마을) 세미나에서 발표된 논문을 묶은 것이다. 스님의 문학에 관한 연구는 넘치게 많지만, 불교에 관한 연구를 집성한 것은 이 논문집이 처음이다. 마성 스님, 석길암, 이도흠, 김진무, 공일 스님, 김상영, 박병기, 이학종, 박부영, 조병활 등 모두 열 사람의 불교학자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무산 스님의 불교 사상과 선수행을 조명하여, 한국불교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Contents
책머리에 6
설악무산의 초기불교 이해와 그 성격 / 마성 9
설악무산의 대승적 불교관 / 석길암 37
설악무산이 펼쳐 보인 화엄불교 세계 / 이도흠 63
설악무산의 선사상 탐구 / 김진무 87
설악무산 한글 선시조의 선어록적 어원(語源)에 관한 고찰 / 공일 111
설악무산의 한국선종사 인식과 ‘설악산문’ / 김상영 141
설악무산의 선문답 해석에 담긴 교육학적 함의 / 박병기 169
설악무산 상당법어의 특징과 성격 / 이학종 191
설악무산의 법맥과 사자상승 / 박부영 215
설악무산의 불학사상과 그 의미 / 조병활 241
Author
불교평론
속명은 이수창(李秀昌)이고, 법명은 마성(摩聖)이며, 법호는 해불(解佛)이다. 스리랑카팔리불교대학교 불교사회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동대학원에서「초기불교 인간관 연구」로 철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또한 영국 런던의 세계불교재단으로부터 명예 불교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태국 마하출라롱콘라자위댜라야대학교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현재 동국대학교 불교문화대학원 겸임교수 및 팔리문헌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불교신행공덕』(불광출판부, 2004), 『마음비움에 대한 사색』(민족사, 2007) 등이 있으며,「自燈明 法燈明의 번역에 대한 고찰」외 4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속명은 이수창(李秀昌)이고, 법명은 마성(摩聖)이며, 법호는 해불(解佛)이다. 스리랑카팔리불교대학교 불교사회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동대학원에서「초기불교 인간관 연구」로 철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또한 영국 런던의 세계불교재단으로부터 명예 불교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태국 마하출라롱콘라자위댜라야대학교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현재 동국대학교 불교문화대학원 겸임교수 및 팔리문헌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불교신행공덕』(불광출판부, 2004), 『마음비움에 대한 사색』(민족사, 2007) 등이 있으며,「自燈明 法燈明의 번역에 대한 고찰」외 4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