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문학제도와 정전에 관한 논의는 오랫동안 감히 다룰 수 없는 성역이자 금기의 대상이었다. 일부의 진보 세력이 비판적 감시의 역할을 수행한 적도 있지만, 그들이 문단의 중심이 되면서 그 과정은 삭제되었다. 그 후 전근대적 병폐인 부실 채권의 규모는 눈덩이처럼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 과거엔 군사독재정권과의 투쟁이 긴요했던 비상시국이었기에 이러한 내부의 모순은 쉽게 포착하지 않았다. 그러나 민주주의 진전속에 문학계도 평상 체제로 돌아오면서 은폐되었던 치부들이 알몸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제 문학계가 갱신하지 않는다면 문학의 밝은 미래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문학권력 논쟁, 주례사 비평의 극복, 문학상 비판 등의 일련의 비평적 논의들은 문학계의 혁신과 자정 노력의 필요성을 말해주고 있다. 이 책은 해방 이후부터 1970년대까지 누적된 문학계의 부실 규모를 파악하기 위한 일종의 객관적 조사 보고서이다.
Contents
1부 상징권력과 정전의 형성
1. 문학 텍스트의 정전화 과정과 문학권력 - 강진구 / 미군정기 중등국어 교과서의 선택과 배제를 중심으로
2. 순수문학의 구축 과정과 배제의 논리 - 이경수 / 1950-60년대 전통론을 중심으로
3. 1960-70년대 리얼리즘 논의와 외국문학 전공 비평가들의 상징권력 - 오창은
2부 문단권력의 생성과 파행
1. 김동리와 문학권력 - 홍기돈
2. 해방기 유치진의 연극 이론 및 역사극 고찰 - 김성현
3. 문학의 권력화와 정전화에 대한 성찰과 반성 - 류찬열 / 서정주와 박목월을 중심으로
3부 중심의 전복, 타자의 귀환
1. '사상계'의 '동인문학상'과 전후 문단 재편 - 최강민
2. 민족문학론 속에 투영된 지식인의 욕망과 배제의 메커니즘 - 고봉준 / 백낙청과 '창작과비평'을 중심으로
3. 전후비평의 타자화와 폐쇄적 권력지향성 - 하상일
4. 비어 있는 중심을 위하여 - 염철 / 이어령과 '문학사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