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촉발된, 고구려사의 귀속 문제에 대한 중국과 한국의 최근 논쟁에서 볼 수 있듯이, 과거를 차지하기 위한 국민 국가 간의 논쟁은 쉽게 대중의 민족주의적 감정에 대한 호소로 바뀌어 버린다. 민족의 과거에 관한 한, 정치가들은 보수나 진보를 막론하고 "우리는 언제나 한 민족이었다"는 식의 민족주의적 수사로 하나가 되곤 했다.
이 책에서 저자 패트릭 기어리는 근대 유럽의 민족적·종족적 공동체들이 특정한 고대나 중세 초의 종족들에 상응하며, 그 이래로 변하지 않는 정체성을 가진다는 민족주의적 신화의 정체를 폭로한다. 그는 18~19세기의 철학자들이 그런 신화를 창안하기 전까지는 "민족의 본질적인 혼"과 같은 것은 없었으며, "유럽의 민족들은 역사에 의해 형성되고 재형성되는 과정에 있다"고 주장한다. 민족을 근대의 산물로 보는 에릭 홉스봄이나 베네딕트 앤더슨과 같은 해외 연구자들의 연구는 국내에도 소개되었지만, 19세기 이래 창안된 민족의 역사가 실제 모습과 어떻게 다른지, 오늘날의 민족적·집단적 정체성이 과거의 집단 정체성과 어떠한 차이를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연구는 없다는 점에서 유럽의 민족 신화와 현대 민족주의 현실과의 관계에 대한 기어리의 분석은 더욱 흥미롭ㄴ다.
Contents
서문 - 유럽 정체성의 위기
1. 유해한 풍경 : 19세기의 종족과 민족주의
2. 고대에서의 민족 상상하기
3. 바바리안과 로마 인
4. 새로운 바바리안과 새로운 로마 인
5. 최후의 바바리안
6. 새로운 유럽 민족의 형성을 향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