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릇의 음식이 식탁에 오르게 되기까지
거센 파도와 싸우는 분께
땡볕에서 구슬땀 흘리는 분께
태양과 달과 지구와 눈비를 만드신 분께
마음 깊이 감사하며 부끄러운 時를 올립니다.
음식을 서로 나누어 드시는 분들의 사랑과 행복을 위하여
이 詩集이 불씨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한국인의 기본음식, 시(詩)로 승화되다
김필영의 음식 시, 『 詩로 맛보는 한식 』
『시로 맛보는 한식』은 봄·여름·가을·겨울 총 4부로 구성해 계절마다 찾아 먹는 64개의 한국 음식을 시로 표현한 책이다.
음식을 소재로 시를 쓰는 것은 얼핏 낯설어 보이지만, 달리 생각하면 음식만큼 시에 어울리는 소재도 없다. 음식은 가장 일상적이면서 누구나 매일 먹게 되는 매우 평범하고 기본적인 요소기 때문이다. 또한 음식에는 우리를 존재하게 만드는 힘이 있고, 생명의 장으로 순환되는 역학이기도 하기에 음식은 충분히 시적인 소재가 된다.
시인은 음식에 대한 기억을 시의 세계로 호명함으로써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몸에 새겨진 감각이 음식에 대한 기억을 더욱 생생하게 만들 듯 음식의 감각이 시에 드러나 있다.
음식으로 인해 만들어진 일상과 기억들을 시의 언어로 표현하며 이 시대의 우리가 지향해야 할 생명의 미학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음식 시는 곧 생명 시라고 할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생명이 경시되는 이 시대에 저자는 음식을 통해 생명의 본질을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