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한자의 역할에 줄곧 주목해 온 중문학자 김근 교수가 전작인 <한자는 중국을 어떻게 지배했는가>에 이어 <욕망하는 천자문>이라는 제목의 새로운 책을 선보였다. 저자는 <천자문>이라는 텍스트를 어떻게 오늘의 시각으로 다시 읽을 수 있고,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발견하고, 깨달을 수 있을지를 묻고, 비판적인 안목에서 다시 읽기를 시도한다. 250개의 절구와 1,000개의 글자를 넘나들며 한자의 자형 분석을 통해서 의미를 추적하고, 한자의 이미지가 드러내는 의미를 상상력을 통해 재구성한다.
이전의 작업에서 저자가 언어, 신화, 이데올로기라는 롤랑 바르트식 관점을 적용해 한자를 읽었다면, 이번 저작에서는 권력과 욕망, 언어의 문제가 핵심이다. 지식은 구성되는, 포함하고 배제하는 권력이라는 푸코의 문제틀과 "무의식은 언어처럼 구조화되어 있"고, "인간의 욕망과 무의식은 말을 통해 나타난다"라는 라캉의 정신분석학적인 이론을 참고하면서 저자는 인간과 사회의 억눌린 내면 세계를 탐구한다. 지식의 고고학과 권력과 욕망의 계보학이 천자문이라는 텍스트 속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이 책은 전통적 유교 문화의 뿌리 깊은 권위와 관습 들을 한자 자형 분석이라는 방법론과 이론적인 해석틀을 통해서 접근하고, 텍스트의 재해석 가능성을 자유롭게 열어젖힌 논쟁적인 저서이다. 진리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담론에 의해 규정되는 하나의 지식일 뿐이고, 큰 타자(他者)의 질서에 의지하고 순종하는 의식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고 볼 때, 천자문의 세계에 자리한 무의식적 주체의 큰 타자는 바로 한자이다. 시간의 힘을 견디며 텍스트가 생존해 온 비밀은 자연 현상과 인간의 삶을 반영하고 모사해 낼 수 있었던 한자의 탁월함과 독특한 구조에 있다. 저자는 "천자문 속에 숨겨진 권력과 지배 담론을 드러내는 방법론은 한자 자형 분석이다. 신화와 욕망의 세계 천자문은 이러한 형이상학적 구조의 반복이었기 때문이다"라고 하며 한자 자형 분석을 통해 천자문 속에 숨겨진 권력과 지배 담론을 드러내는 길을 밝힌다.
Contents
머리말
1부 다시 만들어지는 하늘, 땅, 인간의 진실
2부 오상(五常)은 변하지 않는 인간의 도리인가
3부 권위는 어디에서 오는가
4부 지식인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5부 문명의 한계선인 중국의 변방
6부 소외, 이를 견디는 지혜
7부 일상의 이데올로기
8부 재주, 오락의 경지를 넘어서
9부 허(虛)로의 귀결, 그 속에 진실이
후기
<천자문> 해제 / 제해성
주석
찾아보기
Author
김근
인천에서 태어나 자라나고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했다. 이어 그곳 대학원에서 창석蒼石 이병한 선생의 지도 아래 문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버클리 대학에서 연구교수를 역임했고, 계명대와 한양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를 거쳐 서강대 중국문화 전공 교수로 정년퇴임을 했다. 교수 재직 시절에는 주로 언어와 이데올로기, 특히 권력으로서의 문화에 관한 논문을 많이 썼다. 지금은 노원교육복지재단 이사장으로 봉사 생활을 하면서 『동아시아를 만든 중국 고전 명시명문 100선』을 집필 중에 있다. 지은 책으로는 『한자는 어떻게 중국을 지배했는가』, 『욕망하는 천자문』, 『한시의 비밀』, 『한자의 역설』, 『예란 무엇인가』, 『유령의 노래를 들어라』 등이 있으며, 역서로 『여씨춘추 역주』, 『설문해자통론』 등을 펴냈다. 이 외에 『한부漢賦의 문학적 주체성에 대한 재조명』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인천에서 태어나 자라나고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했다. 이어 그곳 대학원에서 창석蒼石 이병한 선생의 지도 아래 문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버클리 대학에서 연구교수를 역임했고, 계명대와 한양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를 거쳐 서강대 중국문화 전공 교수로 정년퇴임을 했다. 교수 재직 시절에는 주로 언어와 이데올로기, 특히 권력으로서의 문화에 관한 논문을 많이 썼다. 지금은 노원교육복지재단 이사장으로 봉사 생활을 하면서 『동아시아를 만든 중국 고전 명시명문 100선』을 집필 중에 있다. 지은 책으로는 『한자는 어떻게 중국을 지배했는가』, 『욕망하는 천자문』, 『한시의 비밀』, 『한자의 역설』, 『예란 무엇인가』, 『유령의 노래를 들어라』 등이 있으며, 역서로 『여씨춘추 역주』, 『설문해자통론』 등을 펴냈다. 이 외에 『한부漢賦의 문학적 주체성에 대한 재조명』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