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구장이 똘이의 '오른쪽 운동화'입니다. 똘이는 타박타박, 다다다~ 달려서, 보이는 것마다 "뻥!" 차는 버릇이 있지요. 그래서 '나'도 별수 없이 이것저것 걷어차는 게 취미입니다. 걷어찰 때마다 제각각 다른 소리를 내는 물건들이 재밌기도 하구요. 무엇보다도 똘이의 유치원 신발장 옆자리에 앉는 '빨간구두'가 제 이야기를 너무너무 좋아한답니다. "빈 요구르트 병은 어떤 소리가 나? 헌 신문지? 그럼 대문은?" 그럼 저는 마냥 우쭐해하며 무용담을 들려주지요. 그런데 그 예쁜 빨간 구두가 어느날은 이렇게 묻는 게 아니겠어요? "너, 강아지는 차 보았겠지?" 나는 갑자기 말문이 꽉 막혔습니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얼른 집에가서 '동네한바퀴'를 걷어차봐야지."
'동네한바퀴'는 걸핏하면 어디론가 사라지는 똘이네 강아지 이름입니다. 하릴없이 동네를 휘휘 쏘다니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여졌지요. 아니나다를까, 대문에 들어서자마자 동네한바퀴가 꼬리를 흔들며 달려오네요. 나는 얼른 옆구리를 걷어찼지요. "깨갱!" 그날부터 '나'는 동네한바퀴를 보기만 하면 걷어차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똘이네 집에 쏟아질 듯 많은 손님이 들이닥쳤습니다. 오늘이 똘이 할아버지의 생신이기 때문이지요. 손님이 얼마나 많은지, 나는 그만 다른 신발에 휩쓸려 대문 근처로 떠밀렸어요. 그러다 대문 밖으로, 마침내는 지나가는 행인들의 발길에 채여 점차 똘이네 집에서 멀어졌지요.
날이 밝고, 정신을 차려 보니... 전혀 낯선 담벼락 밑. '이제 다시 빨간두구를 만날 수도 없겠구나. 이제 쓰레기통에 휙 버려지겠지?' 혼자 슬퍼하고 있는데, 아니 이게 누굽니까. 저 멀리 으르렁~ 이를 드러내며 달려오는 것은! 바로 '동네한바퀴'가 아니겠어요? 이제 나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운동화 한쪽‘오른쪽이’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독특한 구성과 재미있는 표현들을 통해, 남을 배려하는 일에 서투른 우리 아이들에게 넓은 관점과 좋은 마음을 심어주는 그림책입니다. 초등학교 2학년 '읽기 교과서' 수록된 작품을 그림책으로 엮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