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어귀 산 모퉁이를 털레털레 돌아오는데 툭, 하고 뭣이 나타났네? 키는 훌쩍 큰 것이 털은 숭숭숭 하고, 온몸은 불그죽죽, 빗자루 몽당이마냥 풀어헤친 머리에, 두 눈은 부리부리한 놈이 글쎄 제 날 언제 봤다고 능청스럽게 돈 서 푼 꿔달라네. 아, 가만 보니 이놈 도깨빌세. 요 능청스런 도깨비가 품판 돈 서 푼을 꾸어가더니, 날이면 날마다 갚으러 옵니다.
이야기 내내 도깨비는 한결같습니다. 변해 가는 것은 사람입니다. 우리 겨레는 이런 도깨비 이야기 속에, 도깨비 돈벼락을 통해서나마 넉넉해졌으면 하는 정직하고 가난한 백성들의 간절한 바람을 솔직하게 담았습니다. 귀찮은 도깨비를 어찌 떼어낼까 궁리하다가 순진한 도깨비를 골려먹다 못해 더 큰 부를 얻고야 마는 농사꾼의 꾀를 언뜻 칭찬하는 듯도 보입니다. 하지만 조금 있다보면 이야기를 듣는 이들은 결국 제가 당하고도 당한 줄 모르는 어수룩한 도깨비 쪽으로 마음이 기울지요. 결국 이 순진한 도깨비의 엉뚱한 앙갚음 이야기 속에는, 돈 좀 있게 되니 순진한 도깨비를 저버리는 사람의 영악함을 잊지 않고 넌지시 경계하는 우리 백성들의 마음씀이 잘 담겨 있습니다.
그림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반복과 대립, 점층의 원칙에 기대 단순한 얼개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서정오 선생님의 담백한 글과 홍영우 선생님의 통찰력 있는 해석과 재구성이 돋보이는 그림이 잘 어우러져, 다면적이고 중층적인 우리 도깨비의 진면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Author
서정오,홍영우
1955년 경상북도 안동에서 태어났다. 안동교육대학과 대구교육대학을 졸업한 뒤 오랫동안 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쳤다.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회원으로, 옛이야기를 새로 쓰고 들려주는 일을 열심히 해 오고 있다. 그동안 쓴 책으로 『옛이야기 보따리』(모두 10권), 『철 따라 들려주는 옛이야기』(모두 4권), 『깔깔 옛이야기』, 『신통방통 옛사람 이야기』, 『서정오의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모두 2권), 『옛이야기 들려주기』, 『옛이야기 되살리기』 들이 있다.
1955년 경상북도 안동에서 태어났다. 안동교육대학과 대구교육대학을 졸업한 뒤 오랫동안 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쳤다.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회원으로, 옛이야기를 새로 쓰고 들려주는 일을 열심히 해 오고 있다. 그동안 쓴 책으로 『옛이야기 보따리』(모두 10권), 『철 따라 들려주는 옛이야기』(모두 4권), 『깔깔 옛이야기』, 『신통방통 옛사람 이야기』, 『서정오의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모두 2권), 『옛이야기 들려주기』, 『옛이야기 되살리기』 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