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보는 고려 중기의 격동기에 태어나, 무인 정권의 등장을 몸으로 겪은 당대의 지식인이다. 젊은 날에는 스스로를 ‘백운거사’라 칭하며, 흰 구름처럼 자유분방한 의지를 지니고 살려 했다. 그는 몽고의 침략에 온 나라가 항쟁하던 시기, 우리 민족의 역사 현실에 주목하고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지식인이었다.
『동명왕의 노래』는 이규보가 남긴 2천여 수의 시 가운데 260여 수를 가려 뽑은 시집이다. 민족의 주체성을 드높이고, 시인의 일상을 그려 낸 시, 농민들의 삶과 풀과 벌레를 노래한 시들 속에서 소박하면서도 호방한 이규보 시 문학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