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생명·우주

마조히즘에 대한 들뢰즈의 이해로부터 탄트리즘(밀교)의 재발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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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ation Date 2019/07/02
Pages/Weight/Size 153*224*18mm
ISBN 9788984118195
Categories 인문 > 철학/사상
Description
이 책은 마조히즘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이제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프랑스의 현대철학자 들뢰즈는, 별로 철학적인 주제가 될 것 같지도 않은 이 마조히즘이라는 현상에 대해 그의 철학적 탐구활동의 전 기간에 걸쳐 지속적인 관심을 쏟으면서 몇 편의 글을 남겼는데, 이 글들 속에서 우리는 이 기이한 현상에 대한 기존의 통념을 뒤엎는 매우 놀라운 생각들을 발견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존재 일반의 근본적인 원리나 우주 전체의 보편적인 본성을 사유하는 것을 임무로 삼아야 할 것 같은 철학 본연의 활동과는 전혀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 같은 ‘잡스러운’ 주제에, 현대철학의 ‘진정한 주인’으로까지 높이 평가받고 있는 들뢰즈가 왜 그토록 집요하게 천착했어야 했는지, 또 그의 글을 읽는 우리는 왜 이토록 이상한 주제에 대한 그의 논의에 깊게 매료되는지, 우리는 자문하게 된다.

우리는 마조히즘에 대한 이와 같은 관심의 이유가 어느 개인의 병적인 성적 판타지에 불과한 것처럼 보이는 이 현상의 기저에 실은 생명과 우주 전체에 관한 놀라운 비밀이 숨겨져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는 데 있는 것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가 마조히즘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이 비밀이 무엇인지, 또 우리가 어떤 사유를 거쳐 그러한 비밀에 도달하게 되었는지,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이 책을 쓰게 된 것이다.

마조히즘에 대한 들뢰즈의 이해가 보여 주는 새로움은 그것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제시해 오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증상론이나 병인론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 표면적인 새로움 아래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 어떤 근본적인 새로움이 숨어 있다. 그것은 ‘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전혀 새로운 생각이다.

우리는 들뢰즈의 마조히즘에 대한 이해란 오직 성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의 거의 모든 과학과 철학, 종교는 다른 문제에서는 매우 심한 차이와 대립을 보이지만, 성에 대해서는 매우 드문 일치를 보인다. 그런데 들뢰즈는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이 동의하는 바로 이 보편적 이해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에 대한 이 새로운 이해가 무엇이며 그것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것, 다시 말해, 성에 대한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세상을 이해하는 표준적 방식의 무엇을, 얼마만큼이나 근본적으로 바꿀 것을 요구해 오는 것이며, 또한 이러한 요구가 어떻게 하면 정말로 정당한 것이 될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것, 이것이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떠맡고자 한 과제이다.

성은 생명의 자기표현이다. 그러므로 성을 새롭게 이해한다는 것은 곧 생명을 새롭게 이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실로 마조히즘에 대한 들뢰즈의 새로운 이해란, 그것이 함축하고 있는 ‘성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통해, 현대과학의 정설인 신다윈주의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명을 이해할 것을 요구해 오는 것임을 보여 주려 한다. 일개 비정상적인 개인의 사사로운 성적 일탈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마조히즘이라는 현상 속에 실은 우리의 존재의 모태인 생명이 과연 무엇인지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물음이 숨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생명에 대한 새로운 이해란 단지 생명에 대한 이해만을 새롭게 바꿔놓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생명이란 자연이 지닌 한 모습, 즉 자연이 자신이 무엇인지를 나타내는 한 모습이므로, 생명에 대한 새로운 이해란, 이 생명을 통해 자신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나타내고 있는 자연 일반(우주 전체)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바꿔놓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다.

즉 생명이란 생명 없는 물질세계 역시 자신 속에 포함하는 자연의 한 일부이므로, 이 일부(생명)에 대한 이해의 변화는 저 전체(자연 일반)에 대한 이해의 변화 역시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사상의 역사는 생명에 대한 이해와 자연 일반에 대한 이해 사이에 이와 같은 긴밀한 상관관계가 있었음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생명에 대한 이해가 자연 일반에 대한 이해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해 온 적도 있으며, 거꾸로 자연 일반에 대한 이해가 선행하는 가운데 그것에 의해 생명에 대한 이해의 일반적인 방향이 미리 규정되는 경우도 많았다. 마조히즘에 대한 들뢰즈의 새로운 이해는, 그것이 함축하고 있는 성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통해, 생명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로써 또한, 존재하는 모든 것을 자신 속에 포함하는 ‘존재 전체’로서의 자연 일반에 대해서도 새로운 이해를 요구하는 것이다.

우리는 마조히즘에 대한 들뢰즈의 이해 속에 함축된 이 모든 귀결이 결국 동양의 오랜 신비주의적 사상인 탄트리즘(밀교)의 주장과 일치하는 세계이해를 향해 나아가는 것임을 발견하고 매우 놀랐다. 우리 자신 속에 숨어 있는 가장 내밀한 본성인 성 속에 실은 우리 자신보다 훨씬 더 광대한 존재인 우주 전체의 가장 근본적인 비밀이 숨어 있다고 말하는 탄트리즘의 기이한 주장, 틀림없이 놀랍고 신비롭기는 하나 세계에 대한 과학적인 인식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어 보이는 이 미스터리한 주장이 과연 마조히즘이라는 정신병리적 현상 속에서 자신의 정당성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실증적인 차원의 근거를 발견할 수 있을까?
Contents
서장 욕망의 자기변형 ―마조히즘을 통한 성의 참모습의 재발견과 새로운 생명의 철학, 그리고 탄트리즘 007

제1장 마조히즘이란 무엇인가? ―마조히즘의 증상론 079

‘엄마의 세 가지 이미지’라는 환상이 들려주는 이야기
1. 자허마조흐와 마조히즘: 자허마조흐의 소설들이 갖는 중요성 081
2. 자허마조흐의 세 여인 090
3. 자허마조흐의 환상과 바흐오펜의 시대 구분론의 일치 ―이 일치의 의미는 무엇인가? 096
4. 엄마의 세 가지 이미지와 두 번째 엄마의 수수께끼 103
5. 두 번째 유형의 여인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계약: 마조히즘적 관계를 성립시키는 본질적인 요건 106
6. 마조히즘의 ‘상징적 질서’: 엄마의 ‘상징적 기능’ 109
7. 마조히즘: 환상을 좇는 이상주의 119
8. 죄의식이라는 마조히스트 특유의 증상의 이유 123
9. 마조히즘의 가장 핵심적인 증상 126
10. 마조히즘의 자연주의 129
11. 마조히즘의 증상론에서 병인론으로 134

제2장 마조히즘은 왜 발생하는가? ―마조히즘의 병인론 137

1. 마조히즘의 병인론에 대한 프로이트의 이해 143
2. 마조히즘의 병인론에 대한 들뢰즈의 이해 172

제3장 무의식에 대한 새로운 이해 191

제4장 생명과 무의식: 베르그송의 ‘생명의 약동’ 이론 237


1. 프로이트 대 베르그송 239
2. 지속과 무의식 247
3. 생동하는 무의식: 본능의 신비 264
4. 변성 의식상태의 의미 293
5. 베르그송의 생명철학을 통해서 본 마조히즘의 의미 303

제5장 탄트리즘: 성과 영성의 근본적인 일치 313

1. 내재성의 존재론과 종교의 초월주의의 화해 315
2. 탄트리즘의 우주론 339

참고문헌 349
Author
조현수
서울대 철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학에서 베르그송의 생명철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서울대와 연세대, 성공회대 등에서 강의하다가 지금은 능인대학원대학교 명상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성, 생명, 우주》가 있다. 논문으로는 〈지속과 무의식〉 〈들뢰즈의 존재론적 윤리학〉 등이 있고, 역서로는 자크 모노의 《우연과 필연》이 있다. 현재, 철학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서 수행해가고 있는 것과 함께 켄 윌버와 같은 명상이론가들이 주장하는 ‘자아초월transpersonal 심리학’에서 그간 철학에 기대해왔던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연구하고 있다.
서울대 철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학에서 베르그송의 생명철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서울대와 연세대, 성공회대 등에서 강의하다가 지금은 능인대학원대학교 명상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성, 생명, 우주》가 있다. 논문으로는 〈지속과 무의식〉 〈들뢰즈의 존재론적 윤리학〉 등이 있고, 역서로는 자크 모노의 《우연과 필연》이 있다. 현재, 철학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서 수행해가고 있는 것과 함께 켄 윌버와 같은 명상이론가들이 주장하는 ‘자아초월transpersonal 심리학’에서 그간 철학에 기대해왔던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