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이 한 세기를 바꿔 놓을 수 있을까? 지난 세기에 그런 일이 일어났다. 20세기는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1916년에 시작됐다. 1916년에 출간된 한 권의 책. 이 책의 제목은 『일반언어학 강의』이다. 우리가 다루고자 하는 페르디낭 드 소쉬르는 이처럼 한 시대를 연 세기의 사상가로서 소쉬르이다. 이 세기에 과연 어떤 이름을 부여할 수 있을까? 17세기의 고전주의, 18세기의 계몽주의, 19세기의 낭만주의에 버금가는 이름, 그것은 분명 구조주의일 것이다. 소쉬르 사유의 운명적인 성격은 현대 언어학이라 는 분과 학문에서 ‘아버지’나 ‘창시자’의 역할을 떠안은 것뿐만 아니라 가장 넓은 의미에서, 예컨대 푸코가 말한 ‘에피스테메’라는 거시적 전망에서 말하자면 20세기라는 하나의 공간을 구획해 낸 것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소쉬르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다소 웅변적인 이 책의 제목은 니체의 단순한 패러디가 아니라 좀 더 적극적인 의미에서 니체적 문제설정, 다시 말해 하나의 세기가 의문에 부쳐지는 문제제기적인 지점을 형상화한 정식이다. 이 문제제기적인 지점에서 구체적으로 제기될 물음은 ‘동시대성’과 ‘사유 이미지’라는 이 책의 부제에 담겨 있다. 소쉬르는 자신의 시대와, 그리고 도래할 시대와도 결코 타협하지 않았다. 그의 사고는 언제나 조금씩 어긋나 있었다. ‘동시대성’과 ‘사유 이미지’라는 두 개의 모티프를 바탕으로 소쉬르의 텍스트 조각들을 하나하나 짜 맞추어 가면서 지난 세기의 드라마, ‘사고의 드라마’를 무대 위에 올려 보자.
Contents
머리말 5
약어 표기 8
1장 비둘기 걸음 9
2장 책의 운명 21
3장 너무나 이른, 너무나 늦은 31
4장 소년 베르길리우스 37
5장 산스크리트어와 낭만주의 49
6장 자 음 61
7장 모 음 73
8장 취임강연 87
9장 소쉬르는 이렇게 말했다 105
10장 랑그와 구조주의 121
11장 니벨룽겐의 전설 137
12장 밤의 소쉬르 153
13장 부정의 길 171
14장 늑대 걸음 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