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은 부동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잠잘 때도 살아 움직인다. 꿈꾸는 사람에게, 불의 이미지는 강렬함을 전달하는 하나의 학파와도 같은 것이다."
과학철학자이자 시인이며 문학비평가인 가스통 바슐라르의 기나긴 연구 도정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불'에 관한 연구서. 바슐라르 사후 26년 만인 1988년, 딸 수잔 바슐라르의 손에 거쳐 본서는 세상의 빛을 보게 된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가스통 바슐라르는 인간의 상상력이 근본적으로 불 물 공기 흙 네 가지 원소로 분류할 수 있는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는, 이른바 4원소설을 펼쳤다. 바슐라르는 이 책에서 고대 전설과 신화를 차용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주고, 시적 이미지를 통해 존재의 상승을 꾀하는 시인들의 작품을 읽어가며 언어의 미학을 구축하고자 한다. 우리 존재를 불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긴장 속에서 항상 생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는 저자는 불의 솟구침을 포착하고 불에 참여하면서 존재 자체가 불처럼 용솟음친다고 이야기한다.
Contents
책머리에
서론
제1장 피닉스, 언어의 현상
제2장 프로메테우스
제3장 엠페도클레스
가스통 바슐라르 연보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프랑스의 과학철학자, 문학 비평가, 시인으로 프랑스 현대 사상사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평가된다. 샹파뉴 지방의 한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우체국에서 근무하면서 이과대학 과정을 독학으로 마쳤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자신이 다닌 바르쉬르오브 중학교의 물리, 화학 교사로 일하던 중 당시 전 세계를 강타한 일반상대성이론의 영향 아래 철학에 깊이 경도된 바슐라르는 철학 석사에 이어 학사원상을 수상한 논문 「물리학의 한 문제의 진화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후 디종대학의 철학 교수를 거쳐 소르본대학에서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강의하였으며, 1960년에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받았고, 1961년에는 국가문학대상을 수상했다.
과학철학에 관한 그의 저작들 (『새로운 과학 정신』, 『과학 정신의 형성』, 『부정의 철학』 등)은 영미권 과학인식론과는 다른 프랑스 과학인식론의 기틀을 마련했으며, 특히 그의 ‘인식론적 단절’ 개념은 조르주 캉길렘, 미셸 푸코, 루이 알튀세르, 피에르 부르디외와 같은 후대 철학자들이 사유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읽힌 시학에 관한 일련의 저술, 시적 이미지와 상상력에 관한 일련의 연구(『불의 정신분석』, 『물과 꿈』, 『공기와 꿈』, 『대지와 의지의 몽상』, 『대지와 휴식의 몽상』)는 ‘테마비평’이라는 문학 비평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