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력을 불러왔더니, 사람이 왔네!" 막스 프리슈(Max Frisch)는 독일 경제부흥기의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기 위해 동원한 이주노동을 바라보는 내부인의 시각을 이렇게 꼬집었다. 대부분 저개발국가에서 왔을 그들은 이 말에도 배어 있는 비하와 멸시를 온전한 지성으로 견디며 삶의 시간을 살았을 것이다. 아프리카, 동유럽, 아시아 그 어딘가의 고향과 가족을 그리며. 우리에게도 독일로 노동력을 팔러 떠나간 1만여 명의 사람들이 있었다. 흔히들 '파독간호사'로 칭해지는 이들이다.
이 책은 그 힘든 이주노동의 시기를 살았던 그들의 목소리이다. 동시에 우리 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차지하는 기록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는 할머니 혹은 어머니일지도 모르는 이들 삶의 발자국을 따라가면서, 어느덧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맞닥뜨리게 된 '이주민'의 삶을, 그들과 함께 사는 우리의 삶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Contents
책을 펴내며
프롤로그
1 이주여성이 되다
조-루베 국남 / 내 정체성의 또 다른 이름, 이주여성
박-포르나콘 정자 / 나의 샘터
박-라이니히 정숙 / 편안한 의자
김-모리스 순임 / 분단의 흔적
송현숙 / 사랑하는 동생에게
김-페터스 정자 / 빈 고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