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에 사로잡힌 주체는 타자가 그의 마음속에 불러일으키는 공포에 쉽싸여, 자신의 무능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는 그런 원인을 파괴해 버리려고 애쓸 사람일 것이다. 이런 강박적인 사고로 미칠 지경이 된 그는 자신의 절망적인 분노의 모호한 대상을 보다 더 잘 파괴하고, 또한 스스로 더욱 파괴되기 위해 그런 대상을 끊임없이 환기시키고 추적할 것이다.
그러나 엠페도클레스가 말했던 것처럼 '증오가 완료될 때 기원은 시작된다.' 하더라도 여기서는 어떤 기원도, 어떤 창조에로의 접근도 예상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생각할 수조차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증오에 사로잡힌 사람은 이타성이라는 표현 자체를 배제하기에까지 이르면서 타자를 제거해 버리고 싶게 만드는 혐오의 행위 속에 녹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증오는, 이 사람이 단지 자신과 비슷한 사람만을 좋아하기 위해 낯선 사람과 어울리기를 그치면서 점차 사촌들에 이어 형제들, 그리고 자신의 아이들을 싫어하고 자신의 이미지까지 잠기게 할 증오의 물결 속에 휩쓸려 버릴 정도로 자신을 삼켜 버리고 자신의 공간을 망가뜨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