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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계획과 시장경제의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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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ation Date 2006/08/25
Pages/Weight/Size 153*224*20mm
ISBN 9788980314058
Description
우리나라의 정부역할과 기능은 쉽게 축소되거나 개선되기 어려운 구조적 요인이 있다. 이로 인하여 경제 및 행정규제나 정부규모는 한 때 추진되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본 보고서는 이와 같은 구조적 요인 중의 하나로서 정부계획을 지적한다. 정부계획은 과거의 경제개발계획과 같이 한시적인 의미에서 추진되지 않고 있으며 주요 정부부처에서 시장에 개입하는 가장 보편적인 수단 중의 하나가 되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법에 규정된 정부계획을 분석하고 그 특징을 살펴봄으로써 우리나라 정부에 만연되어 있는 계획기능과 이에 따른 문제점을 분석하고 있다. 규제개혁을 위한 꾸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규제가 끊임없이 다시 생겨나며 국민과 기업이 느끼는 규제체감의 정도가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는 구조적인 원인 중의 하나로서 정부계획을 들고 있다.


정부계획은 우리 정부에 만연되어 있다. 2006년 1월 현재 무려 257개 법률에 537개의 계획이 규정되어 있다. 정부계획은 국가재산, 국토, 환경 등 국가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하기 위한 ‘자원관리계획’, 정부 및 공공부문의 절차나 업무개선 그리고 부실화된 사업을 합리화하기 위한 ‘합리화계획’, 산업과 시장을 정의하거나 구분하고 그 수급 및 품질을 관리하기 위한 ‘산업관리계획’, 특정산업이나 자원배분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계획’ 등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세 번째와 네 번째 유형의 계획은 정부계획의 48%인 255개로써 시장과 산업에 대한 개입이 많고 이에 따라 직·간접적으로 규제역할을 하게 되는 정부계획도 이러한 유형에 집중되어 있다.


보고서는 공공기관과 공기업이 정부계획의 수립에 깊숙이 간여함으로써 특정 이해당사자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간접적인 진입규제를 설치할 가능성을 제기함으로써 정부계획이 공정거래 측면에서도 문제시될 수 있음을 보이고 있다. 또한 정부계획이 가격규제나 교차보조를 지원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어 자원배분을 왜곡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정부산하기관이나 공기업의 활동을 진작시키고 이들의 참여를 통해 주무부처의 영향력을 넓힘으로써 큰 정부로 나아가는 유력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과거의 한시적인 경제개발계획과는 달리 법률에 규정된 정부계획은 일상화·주기화되어 있으며 그 수립 및 집행방식도 매우 유사하며 천편일률적으로 정형화되어 있다. 상당수 정부계획의 수립과 검토는 위원회 또는 심의회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에 여러 전문가들과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규제시장’의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판단된다. 우리나라의 정부계획은 민간의 참여가 활성화되어 있는 프랑스식 유도계획(indicative planning)이나 북구의 경기예측적 계획과는 그 성격이 많이 다르지만 법률에 규정되어 일상화되고 정형화된 일본의 정부계획과는 매우 유사하다. 이는 우리 정부가 일본의 법률과 정부계획을 그대로 답습한 결과로 보여진다.


우리나라 정부계획은 크게 다음의 네 측면에서 시장경제를 왜곡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첫째, 위원회와 심의회를 통한 정부계획의 수립과정에서 민간과 경쟁하는 공공기관의 개입에 따른 이해상충의 문제가 나타난다. 특히 정부를 대신하여 전문성을 지닌 공기업이 참여하여 특정 조직의 이해를 반영할 수 있다. 둘째, 계획을 통해 특정한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의 시장점유를 사실상 확보하게 되는 선점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셋째, 정부가 정책적으로 시행하면서 정부계획에 반영시키거나 또는 계획과정에서 추진하는 다양한 소비자간, 사업자간, 지역간 교차보조로 인하여 정상적인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으며 그 결과 자원배분이 왜곡되고 비효율성이 나타나게 된다. 넷째, 정부계획은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활동을 진작시키고 이들의 참여를 통해 정부의 영향력을 넓힘으로써 ‘큰 정부’로 나아가는 유력한 수단이 된다. 많은 정부계획이 법에 의하여 규정됨으로써 구속력을 갖게 된다. 그 결과 해당 정부부처는 용이하게 관련 인원과 예산을 확보할 수 있으며 관련정부산하기관들도 법에 규정된 계획기능을 지원하고 대행하는 업무를 맡게 되므로 법에 명시된 계획은 인원과 예산을 증가시킬 수 있는 좋은 근거를 제공하는 셈이 된다.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 정부계획의 특징과 문제점을 살펴보기 위하여 전력수급계획과 주택수급계획을 사례로 분석하였다. 전력수급계획은 그 계획의 수립목적인 전력설비의 수급조절기능을 오히려 현저히 저하시킬 수 있다고 우려된다. 이는 공기업이 담당하는 대용량 발전설비의 선점효과로 인하여 단기적 수급조절이 용이한 민간의 가스발전소 건설에 불확실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전력수급계획은 연료간 교차보조를 통하여 발전설비간 적정경쟁을 어렵게 만들고 에너지부문의 자원배분을 왜곡하는 효과가 있다. 한편 주택부문은 국토의 이용 및 건설과 관련된 각종 정부의 규제와 계획이 복잡하게 연관되어 있어서 주택종합계획의 실효성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그 결과 주택종합계획은 주택의 수급조절이나 주택공급능력의 확충을 위한 의미있는 기능을 제대로 다하고 있지 못하다고 판단된다.


정부계획에 대한 검토는 지금까지 규제개혁의 추진방식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판단된다. 지금까지 건수 중심의 양적 지표에 의하여 추진되어온 규제개혁도 이제는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새롭게 법률에 나타나는 규제를 심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온 정부규제에 대한 게이트키핑(gate keeping) 방식도 정부계획, 예산심사 등과 같이 규제개혁을 우회하는 다양한 장치로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Author
조성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