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무엇이든 살아가는 동안 하느님이 계셔야 할 자리에 다른 것을 놓아둘 때 그것은 우상이 된다. 하느님이 아닌 것을 하느님으로 여기고, 하느님이 계셔야 할 자리에 하느님을 대신하여 다른 것을 모시면 그것은 하느님께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되고 이 걸림돌은 우상이 되는 것이다.
우상은 인간이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섬기는 것으로, 사람이나 사물뿐만 아니라 이념이나 제도 표상들을 비롯하여 정치, 경제, 종교, 학문, 오락 등과 같이 삶 전체의 저변에서 작용하며 영향을 주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 우상과 우상 숭배는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하느님과 관계에 대한 문제이다.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고 있지 못하거나 하느님의 피조물과 관계가 건강하지 못할 때, 그분과 깊이 있는 내면의 만남과 일치를 이루지 못하게 되므로 입술로는 여전히 하느님을 공경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이런저런 우상들의 종이 되어 그것들의 지시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다. 사람이 하느님을 알아 뵙는 일을 방해하는 것을 우상이라 한다면 하느님과의 친교와 일치를 방해하며 진리와 진실을 감추고 사람들을 거짓된 길로 안내하여 그 생각과 사상을 질식시키는 일은 우상적 행위이다.
내 안에 숨어있는 우상의 실상을 파악하는 일은 우리 신앙의 현주소를 파악하는 일이 된다. 우상의 문제를 등한시하고 하느님을 향한 여정에 나서는 것은 장애물을 지닌 채 그분을 찾아 나서는 것과 같다. 하느님을 향하여 나아가는 순례의 여정은 우상 타파의 여정이기도 하다. 우상을 없애버리지 않고서는 하느님과 제대로 대면할 수 없고 올바른 관계를 맺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실은 성찰은 하느님께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되는 우상을 분별해 내는 감각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성찰을 통하여 하느님을 제대로 흠숭하며 자비로우신 그분의 품 안에서 살고 있는지, 말로는 하느님을 섬긴다고 하면서 사실상 우상을 숭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 어떤 우상들이 내 안에 자리하고 있으며 나는 어떤 유형의 우상 숭배자인지, 우상과 우상 숭배가 어떻게 내 삶을 좌지우지하는지 식별해 볼 여지가 생기게 될 것이다. 책 끝에 소개된 우상과 우상 숭배에 대한 우리의 마음을 살필 몇 가지 질문은 자기 성찰을 통하여 우리를 넓고 깊은 하느님의 신비 속으로 안내한다.
Contents
들어가는 글
조상에게 드리는 제사는 우상 숭배인가?
우상과 명성·명예·체면
우상이 된 언어
중립이라는 우상 - 고통 앞에서 중립은 없다
아이돌스타 - 우리도 여러분과 똑같은 사람입니다
과학 기술의 우상 - 인터넷 소셜 미디어
자아 관념의 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