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성경 통독’ 리서치 자료를 봤다. 놀랍게도 가톨릭 신자임에도 불구하고 성경 전체를 한 번이라도 읽은 사람의 숫자는 ‘미미 하다’고 뿐이 말할 수 없는 정도였다. 성경은 장식장에 모셔 놓는 성물이 아니라 가슴에 새겨야 할 말씀이다. 신앙의 근본이 되는 ‘말씀’을 왜 이렇게 안 읽고 있는지는 학자나 사목자 뿐만 아니라 신자 모두가 고민해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교회는 다양한 성경공부나 성경읽기 프로그램을 통해 ‘성경’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성경은 ‘재미없는 성스러운 책’이라는 일반적인 편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볼만 하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를 일순간에 해결해 줄 만한 책이 성바오로수도회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성경의 인물들’은 성경이 ‘말씀’의 위엄을 지고 무겁게만 다가오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성경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학자나 사제, 수도자 그리고 신심 깊은 평신도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한 번도 ‘성경’을 접해보지 못한 비신자들에게도 흥미진진한 재미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풍성한 성경의 바다에 풍덩 빠져 자유롭게 유영하며 성경의 인물들을 차례로 만나는 즐거움은 마치 다양한 개개인의 인생사와 이들이 서로들 관계 맺고 함께하는 역사가 씨실과 날실로 엮여 조화로운 형태의 대하드라마를 보는 듯한 가슴 설렘, 흥미와 감동으로 이어진다. 또한 우리를 뭉클하게 하는 것은 등장인물들을 통해 하느님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안에서 생동감 있게 새로이 만난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성경이 읽기 어렵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을 쉽게 뒤엎고 재미와 함께 지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인물 하나하나를 쫓아가면서 느끼는 성경의 참맛과 깊은 이해는 다른 책에서 일찍이 맛볼 수 없었던 참으로 신선한 지식과 즐거움을 선물한다. 성경을 학문적으로 그리고 영성적으로 접근하여 쉽게 다가가기를 어렵게 만들었던 기존의 책들과는 달리, 아름답고 유명한 성화에 덧붙인 섬세한 설명들의 이야기들을 듣고 있노라면 독자가 직접 성경의 등장인물이 되어 그 당시의 상황 속으로 깊이 빠져드는 특별함을 제공한다. 그리고 마침내는 성경의 중심 메시지를 깨달아 영적으로 큰 감동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한다.
또한 때론 힘 있게 때론 부드럽게 다양한 인간의 여러 군상들을 그림을 그리듯 표현하여 오래전 일이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현 시대의 사람들에게 주변의 인물들을 살펴보게 하고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많은 묵상 거리들을 제시해 준다. 즉, 여러 인물들의 설명이 긴밀하게 연결되도록 구성한 글의 힘은 시간을 뛰어넘어 현재의 각자의 삶을 조명할 수 있는 기회를 부담 없이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시간을 뛰어넘어 이해 불가했던 전후 사정과 상황들을 성경과 역사 안에서 찾아 배치함으로써 더욱 성경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가교의 토대를 마련한 것 또한 큰 장점이다. 단편적으로 흩어져 있는 인물들이 잘 구조화된 이야기를 통해 편집자에 의해 눈부시게 살아나고 그렇게 생생하게 살아나는 한 인물, 한 인물을 만날 때마다 독자들은 그들이 말씀의 역사 안에서 어떻게 녹아들어갔고 현실화되었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우리는 성경은 한계와 논쟁의 소지가 많고 폭력적인 사건들로 가득 찬 인간의 역사 안에서 걷고 계시는 하느님의 계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는 동안, 독자들은 어느새 그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성경을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되고 그렇게 할수록 창조주 하느님 당신이 죽으면서까지 얼마나 우리를 가슴 터지도록 극진히 사랑하셨는지를 절절히 느끼게 될 것이다. 자 이제 신비롭게 빠져드는 이야기의 세계에 여러분들을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