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론』의 ‘현정顯正’은 ‘파사현정破邪顯正’에서 따온 말이다. 이 책은 당시의 유교 지식인들이 지니고 있던 불교에 대한 ‘잘못된 견해’를 없애고, ‘올바른 이해’를 드러내 보여 주려는 의도로 저술되었다. 이 책의 구성은 서문과 질의·응답의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문에서는 불교의 요체, 불교가 존재하는 이유, 불교와 유교의 관계 등에 대하여 논하고 있는데, 『현정론』의 전체적인 요지가 담겨 있다. 질의·응답에는 불교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항들에 대한 유교 측의 비판과 기화의 반론이 14항목에 걸쳐 전개되고 있다. 『현정론』은 한국불교 최초의 본격적인 불교변호론이면서 동시에 한국사상사에서 불교와 유교의 관계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의 시작을 알리는 글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유석질의론』은 상·하 2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상권에는 “유교와 불교에서 말하는 본성의 같고 다름”으로부터 “중국에 불교가 늦게 전래된 이유”에 이르는 7항목이 실려 있고, 하권에는 “우주의 시작에 대한 설명이 유교와 불교에서 서로 다른 이유”로부터 “풍수지리에 근거한 비보사찰의 옳고 그름”에 이르는 12항목의 질의응답이 실려 있다. 이 가운데 배불론에 대한 호불론으로 간주할 수 있는 것은 상권의 처음 네 항목이며, 나머지 항목들은 불교에 대하여 의문 나는 것을 묻고 답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유석질의론』은 유교를 지배이념으로 삼아 불교 탄압이 자행되던 시대에 불교적 교리와 가치 그리고 교단을 옹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현정론』과 더불어 호불 논서로서의 가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