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대륙의 변방이다. 이런 지역적 한계로 인하여 모든 문화가 대륙의 중심에서 일어나는 파동波動의 여파로 수용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물결이라는 것이 묘해서 파동 중심의 물결무늬(汶樣)보다도 밀려온 물결이 먼 변방일수록 그 문양은 더 크다. 이것이 우리 문화를 간명하게 표현할 수 있는 수사修辭이니, 우리 문화가 대륙의 변방 문화이기는 하지만 이루어진 문화의 결과는 본방의 문화보다 더 화려하거나 견고한 경우가 많다. 유교문화만 살피더라도 본방의 중국보다 더 견고하여 그들 스스로가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이라 할 만큼 찬란했고, 불교문화도 동아시아에서의 중추적 위상을 유지하고 있음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문화유산을 후세에 남기려면 기록할 기호적 문자가 있어야 하는데, 이 문자를 대륙의 중심인 중국이 선점하여 동아시아 여러 민족은 이 대륙의 기호문자인 한자漢字를 빌려 쓰는 형편이 되었다. 우리의 역사 기술도 이 틀을 벗어나지 못했으니 이 틀이 바로 한문漢文이다. 그래서 우리 문화의 기록은 한문으로 일관되어 왔고, 말을 표기할 수 있는 정음正音을 발명하고도 기록으로서의 글은 항시 한문이었던 것이다. 여기 불교 노래의 모음집인 『한국의 게송偈頌·가송歌頌-우리 불교 노래 집성集成』가 노래로서 말의 기록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글의 문자인 한자로 이루어진 것도 이러한 우리 문화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오늘날은 모든 기록이 우리의 말글로 일원화되는 과정이라 한문을 다시 우리말로 되돌리는 작업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여기서 잠시 글과 노래의 관계를 살펴보아야 하겠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노래는 말이고, 글은 이 노래의 문자적 기록이다. 이것이 문학의 이원二元적 흐름이니 노래의 문자적 기록이 시詩이고, 노래의 말이 가요歌謠이다. 이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 시가詩歌이다. 게송偈頌은 불교의 시게詩偈, 송고頌古, 가송歌頌 등의 통칭으로 범어인 가타(Gatha)의 음역 가타伽陀, 게타偈陀를 약칭한 ‘偈’와 찬송讚頌의 ‘頌’의 합성어인 셈이다. 가타가 원래 운이 있는 시로 지어졌기 때문에 그것이 한역漢譯되면서 한시의 고유한 형식에 맞춰졌던 것이다. 이 게송에는 대략 두 가지가 있는데, 경전의 긴 글을 의미義理만을 풀어 시적으로 요약한 것을 중송重頌 또는 응송應頌이라 하고, 경전에 의지함이 없이 일반적 법리를 시적 형식을 빌려 노래한 것을 게타偈陀 또는 게송이라 하니, 여기서도 이 두 갈래를 모두 취해 번역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