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은 주자 철학의 세계관이다.
주자 철학은 그의 역학에 의해 설계되었다.
역학을 모르고서는 결코 그의 철학을 논할 수 없다.
흔히들 주자의 역학은 정이의 의리역과 소옹의 상수역을 접목한 것이라고 말하고, 또 북송대 역학의 성과를 집대성한 것이라고도 말한다. 그러나 주자의 역학을 ‘접목’이나 ‘집대성’이라는 말로 단순화시켜 버리는 것은 너무 안이하다. 주자는 북송대 역학의 흐름을 아울러서 자신의 성리학 체계를 도와줄 자신만의 역학 체계를 완성시켜 내었다. 이것은 하나의 재창조였다.
주자가 본 소옹의 선천역은 인간의 의지나 행위가 개입할 여지가 너무 적었고, 정이의 의리역은 무엇보다 점치는 책으로서의 『주역』이라는 본연의 의미로부터 너무 벗어나 있었다. 그래서 주자는 『주역』이 점서임을 표방하면서도 의리의 호소에 귀 기울였고, 상수가 역의 근간임을 인정하면서도 의리역의 도덕성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는 상수역을 통해 역의 구체성과 현실성을 얻을 수 있었고, 의리역을 통해서는 역의 보편성과 규범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주자의 역학은 주자가 그린 성리학적 세계관의 질서와 균형을 유지시키는 하나의 강력한 방편이었다. 이를 통해 주자학은 단순한 도덕형이상학의 차원을 넘어 보편의 철학이 될 수 있었다.
주자가 역학을 동원해 구축하려 했던 성리학적 세계는 무엇인가? 그 세계는 태극이라고 하는 절대적인 하나의 가치와, 그로부터 확장된 질서와 조화의 체계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을 통해 주자는 이 세계가 얼마나 법칙적이고 체계적이며, 그래서 얼마나 규범적인가를 보이고자 했다. 이 세계의 모든 것이 그렇듯 인간과 인간의 사회 역시 이러한 법칙과 체계의 일부분으로서 존재하고 또 기능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보편성과 규범성은 노장이나 불교 혹은 육왕학 같은 탈현실적 세계관이나 심학적 세계관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특질이었다. 이 때문에 주자학은 중세시대 동아시아 각국에서 하나의 보편철학으로, 지배이데올로기로 기능할 수 있었다.
Contents
제1부 북송 역학: 전체와 법칙
제1장 주돈이, 가치와 존재의 결합
제2장 「태극도설」의 ‘생성’과 신화적 사유
제3장 유목의 [하도?낙서]와 역수학
제4장 소옹의 선천역학과 공간
제5장 소옹의 원회운세와 시간
제6장 정이의 존재론적 의리학
제2부 주자 역학: 균형과 질서
제7장 ‘사성일심’과 주자 역학의 체계
제8장 상수, 역리의 표상화
제9장 유목의 역수학에서 주자의 수리학으로
제10장 복서, 역리의 예화例化
제11장 『주역본의』에서의 복서와 의리의 관계 문제
제12장 『주역본의』의 성리적 성격
제3부 주자 철학: 관계와 체계
제13장 주자의 형이상학 체계와 태극이기론
제14장 태극, 역리의 본체화
제15장 주자와 육구연의 ‘무극태극’ 논쟁
제16장 주자의 공부론, ‘본체 깨닫기’에서 ‘적절한 관계 맺기’로
제17장 함양공부-대상과의 관계맺음을 위한 준비
제18장 격물공부-대상에 대한 해석학적 관심
Author
주광호
고려대학교 한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철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중국 북경대학에서 「朱熹太極觀硏究」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덕여자대학교 교양대학 교수로 있다. 저서로는 『주역, 운명과 부조리 그리고 의지를 말하다』, 『맹자, 나를 이기는 힘』, 『역주와 해설, 성학십도』(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는 『역학철학사』(전8권, 공역), 『중국사상사』(공역), 『유가철학, 감정으로 이성을 말하다』(공역)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는 「周易本義의 성리적 성격에 관한 연구」, 「신화적 사유로 본 북송성리학에서 ‘생성’의 의미」 등이 있다.
고려대학교 한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철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중국 북경대학에서 「朱熹太極觀硏究」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덕여자대학교 교양대학 교수로 있다. 저서로는 『주역, 운명과 부조리 그리고 의지를 말하다』, 『맹자, 나를 이기는 힘』, 『역주와 해설, 성학십도』(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는 『역학철학사』(전8권, 공역), 『중국사상사』(공역), 『유가철학, 감정으로 이성을 말하다』(공역)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는 「周易本義의 성리적 성격에 관한 연구」, 「신화적 사유로 본 북송성리학에서 ‘생성’의 의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