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달마를 초조로 삼는 선불교는 참선수행으로 깨달음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깨달음을 얻는 방법으로는 단계적·점진적으로 서서히 깨달아 가는 점오와 한순간에 모든 것을 깨닫는 돈오가 있는데, 이 수행 방법에 의해 북종선과 남종선이 갈리게 되었다. 그 후 신수-보적으로 이어지던 북종선은 점차 쇠퇴하였고, 혜능의 남종선이 남악-마조계와 청원-석두계로 나누어져 발전하다가 중당 이후 마조도일의 선이 주류를 형성하였다. 또한 동시에 그것에 대항하여 석두희천의 선이 나타났다. 당대의 선은 송대에도 큰 영향을 끼쳤으며, 그것을 잇고 비판하고 극복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송대의 선은 한마디로 말하면 선이 제도화된 시대이다. 선종이 국가의 정치, 경제, 문화, 제도 속으로 편입되었으며, 그것에 부응하여 선종 내부의 체계나 수행형태가 제도적으로 정비, 규격화되었다. 이때 깨달음을 얻기 위한 참선수행의 방법으로 공안선(간화)이 등장하였다.
이후 송대선은 중국 본토에서는 새로운 사상적 발전을 갖지 못했지만, 고유의 언어나 문화의 벽을 넘어 동아시아 각지로 전파되어 나갔다. 이 시기를 계기로 고려와 일본 등지에서 선불교의 모습이 갖추어졌으며, 20세기에는 일본을 통해 서구사회로까지 확산되었다. 저자는 “내용을 최소화하면서 선종 사상사의 흐름을 소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독자들에게 강의하듯이 평이한 문장으로 쓰인 이 책은, 정밀하게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굵은 선으로 단 한 번에 완성한 그림처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선사상사를 그려 내고자 하였다. 그러기 위해 선의 흐름을 네 개의 단계로 나누어 소개한다. 1강에서 3강까지는 선불교가 중국에 전래된 후 당대를 거쳐 송대에 정착하는 과정을 보여 주고, 마지막 4강에서는 일본의 대표적인 선승의 생각을 기존의 사상과 대조시켰다.
그러나 선사상을 단순히 시대나 유파별로 분류하여 나열한 것은 아니다. 그것보다는 그런 여러 유형들이 왜 생겨났는지, 또 어떤 문제를 중심으로 선자들의 입장이 나뉘었는지 등을 생각해 보고자 하였다. 특히 4강에서는 일본으로 건너간 선불교가 일본만의 ‘선’으로 변형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데, 이 대목과 달마의 선이 중국화되는 과정을 함께 살펴보면, 이 책에서는 다루지 않은 한국선의 토착화되는 과정을 생각해 보는 데에도 상당한 시사점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Contents
한국어판 서문 / 개강에 즈음하여
제1강 북종과 남종―돈황문헌과 초기의 선 / 1. 전등 계보와 돈황선종문헌의 발견 / 2. 북종과 남종 / 3. 보당무주의 선
제2강 마조계의 선과 석두계의 선―당대선의 양대 주류 / 1. 마조의 선 / 2. 석두계의 선 / 3. 반케이와 손노
제3강 문답에서 공안으로, 공안에서 간화로―송대의 선 / 1. 송대선과 공안 / 2. 야압자 이야기와 당대선 비판 / 3. 조주의 칠근포삼 / 4. 철만두를 씹어 부수다 / 5. 활구와 사구 / 6. 산은 산, 물은 물―송대선의 원환 논리 / 7. 대혜의 간화선으로 / 8. 도겐의 중국선 비판
제4강 무와 근대―스즈키 다이세쓰와 20세기의 선 / 1. 무자와 척수 / 2. 다이세쓰의 선체험 / 3. 다이세쓰의 선사상 / 4. 선과 근대문명 / 5. 대지와 대비
강의 후기 / 역자 후기
Author
오가와 다카시,이승연
고마자와 대학(駒澤大學) 불교학부 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 인문과학연구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마자와 대학 종합교육연구부 교수로 있다. 전공은 중국선종사로, 그 가운데서도 당송대의 선 및 선어록을 연구하였다. 『神會―敦煌文獻と初期の禪宗史』, 『語錄のことば―唐代の禪』, 『臨濟錄―禪の語錄のことばと思想』, 『續·語錄のことば―『碧巖錄』と宋代の禪』, 『語錄の思想史―中國禪の硏究』, 『禪思想史講義』, 『禪の語錄導讀』(禪の語錄 20)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고마자와 대학(駒澤大學) 불교학부 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 인문과학연구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마자와 대학 종합교육연구부 교수로 있다. 전공은 중국선종사로, 그 가운데서도 당송대의 선 및 선어록을 연구하였다. 『神會―敦煌文獻と初期の禪宗史』, 『語錄のことば―唐代の禪』, 『臨濟錄―禪の語錄のことばと思想』, 『續·語錄のことば―『碧巖錄』と宋代の禪』, 『語錄の思想史―中國禪の硏究』, 『禪思想史講義』, 『禪の語錄導讀』(禪の語錄 20)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