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송도학사

송대 유학사에서 북송대를 따로 분리시켜 다룬 예는 거의 없다. 대부분 남송대와 함께 거론하면서 도학 성립의 과정을 주목하는 정도이지만, 이 경우에는 주자학의 전사로서의 의미만 부각될 뿐이다. 북송시대의 유학사는 도학 성립의 역사다. 이 시기의 유학자들은 진ㆍ한 이래 끊어진 공맹유학의 맥을 잇고자 안팎의 적들과 싸워야 했다. 신유학자들이 내걸었던 '도학'의 기치는 적의 단점을 공격하고 장점을 흡수하는 과정 속에서 완성된 것이다. 그러데 주자학적 도통론에서는 사상의 순결성을 강조함으로써 이러한 부분들을 배제시키고 말았다.

이 책은 북송사상사의 온전한 면모를 밝히기 위해 도통론적 시각에 의해 제외되었던 사상들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다. 저자는 각 사상가의 자기주장 실태를 살펴보고, 동시에 거기에서 발생하는 학파의 형성과정을 좇아가고자 하였다. 의미있는 부분은, 지금까지 정통설로 인정받아 왔던 주정수수설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고 성리학 우주론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주돈이의 「태극도」에 관해 재론을 촉구한 점이다. 충실한 문헌자료의 뒷받침에 힘입어 기존의 고착화된 도학사에 반성의 계기를 던져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