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암 이재 문파 연구』는 퇴계학파의 적전(嫡傳)으로 평가 받고 있는 밀암(密菴)과 그의 제자들의 삶을 비롯하여 문학·사상·교육·정치·행정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책은 한국한문학사, 한국철학사, 한국교육사, 한국정치행정사 연구에도 기여할 것이다. 문헌자료를 통하여 〈금수문인록(錦水門人錄)〉에 수록되지 않은 29명의 학자가 밀암문인(密菴門人)이라는 사실을 밝혀내었고, 학계에 소개되지 않았던 7명의 문인(노계 이복환, 소은 이경익, 우계 김명석, 송하 권심규, 청벽 이수연, 이치재 신정모, 냉천 이유원)을 발굴하여 소개한 것은 이 연구의 큰 성과이다. 18세기 영남 지성인의 주류를 형성해 온 이들의 학문 활동에 대한 논의가 다른 지역의 지역학과 학파 연구, 외국 지성사와의 비교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한국의 정신세계를 이해하고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세계에 소개하여 상호 소통하는 일이 필요한 오늘날, 동양 각국에서 존숭하는 인물로 평가 받는 퇴계 이황의 학문을 계승 발전시킨 이들에 대한 연구는 시의적으로도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한국의 인문사회과학에서는 외국 이론을 무비판적으로 도입?의존하는 일이 주가 되고 있어 학문의 주체성과 정체성 확립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러한 시기에 영남인의 사유체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밀암 이재를 중심으로 한 학문공동체에 대한 연구는 학문의 사대주의를 극복하고, 적실성 있는 이론 창출의 사상적 기반 조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