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는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이제는 백신과 치료제로 일상의 회복을 기대한다지만, 이 년의 시간 속에서 입은 상처와 두려움은 깊고 무너진 삶의 회복은 여전히 더디다. 교회 역시 모든 활동을 멈추고 말없이 영상만 바라보는 침묵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그 긴 역사 가운데 고난의 시기가 적지 않았지만 동시에 전 세계 교회가 함께 활동을 중지한 적은 처음이었다. 지난 이 년은 인류의 고난 속에서 그리스도와 함께한 또 하나의 사순 시기였다.
그리스도교는 자신의 근원인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과 부활을 기억하기 위해 매년 전례력을 보내고 있다. 그 전례력의 절정은 사순 시기와 부활 시기이고, 그중에서도 성삼일과 부활 대축일이다. 신자들은 해당 축일에 특별히 구성된 전례에 참여하여 그 날의 의미를 되새기지만, 그것이 ‘오늘 여기에’ 살고 있는 나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생생하게 깨닫고 새기기는 쉽지 않다. 전례에 담긴 그 깊은 신앙의 신비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이 시대의 탁월한 교의신학자인 그레샤케 신부는 바티칸 라디오 독일 지부의 부탁을 받고 성삼일과 부활에 대해 강연하였다. 해당 축일 전날에 방송한 각 날의 주제는 이러하다. 성목요일: 일치-하느님이 이끄시는 길, 성금요일: 죽음 속에 생명이 있네, 성토요일: 희망 속에서 견디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아닙니다, 부활: 우리는 모두 부활할 것입니다. 이 주제를 좀 더 보완하여 펴낸 이 소책자에서, 70대의 학자 신부는 이 모든 일이 ‘바로 오늘’ 일어나는 사건임을 강조한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은 과거에 끝난 사건이 아니라, ‘오늘’ 우리가 그 사건들 속으로 들어가 구원의 힘을 체험할 수 있는 열려 있는 현재의 사건이라고 역설한다. 함께 실린 몇몇 그림과 묵상 역시 우리를 그 사건의 신비 속으로 데려간다.
이 글은 단지 성삼일 전례에 관한 설명이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신비를 밝히는 선포이다. 그 신비가 그리스도인의 신원과 삶의 근본 토대를 이루기에 그 내용을 올바로 알아듣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바로 오늘’ 그 신비 속으로 들어가 사랑을 체험한 이들은 모두 변화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신앙의 핵심을 짚어 간결하게 오늘의 언어로 쉽게 전해주는 이 어려운 일을, 그레샤케 신부는 놀랍게 해냈다. 방송 원고라 입말체로 구수하게, 그러면서도 깊이 통찰한 이 묵상은 코로나와 기후 위기에 흔들리는 우리에게 건네진 선물이다. 무척 깊은 우물에서 길어 올린 한 바가지의 물, 조금씩 음미하며 계속 마시고픈 그 생명의 물이 여기에 있다.
Contents
서문 _6
성목요일: 일치 - 하느님이 이끄시는 길 _10
성금요일: 죽음 속에 생명이 있네 _30
성토요일: 희망 속에서 견디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아닙니다 _50
부활: 우리는 모두 부활할 것입니다 _66
그림 출처 _84
Author
기스베르트 그레샤케,허찬욱
1933년 독일에서 태어났다. 1960년 사제 서품을 받고, 1969년 독일 뮌스터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4년부터 오스트리아 빈 대학에서, 1985년부터 1999년 은퇴할 때까지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교의신학을 가르쳤다. 은퇴 후에는 2006년까지 로마 그레고리안 대학에서 초빙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창조종말론, 삼위일체론, 교회론에 관한 책을 다수 집필하였고, 지금까지 활발한 저술과 강연을 이어나가고 있다.
1933년 독일에서 태어났다. 1960년 사제 서품을 받고, 1969년 독일 뮌스터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4년부터 오스트리아 빈 대학에서, 1985년부터 1999년 은퇴할 때까지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교의신학을 가르쳤다. 은퇴 후에는 2006년까지 로마 그레고리안 대학에서 초빙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창조종말론, 삼위일체론, 교회론에 관한 책을 다수 집필하였고, 지금까지 활발한 저술과 강연을 이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