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이란 무엇인가? 시공을 초월해 읽는 이들에게 울림을 주고, 그 울림의 여운이 진하고 오래 남아 정신의 푼푼한 자양분이 되는 글이 명문이다. 해서, 미문(美文)이 곧 명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시대정신이 녹아 있지 않다면 명문이 될 수 없다. 명문을 대하기 힘든 세상이다 보니 결국 명문을 찾는 순례는 역사 속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조선 시대를 비롯해 고대, 중세의 고전 명문들을 소개하는 작업은 그나마 근래 들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오늘의 역사와 삶에 보다 직결될 뿐더러 한글이라는 모국어로 된 명문과 명연설문의 보고라 할 수 있는 근대 이후의 것을 제대로 소개해놓은 책 하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일제의 식민지배와 독립투쟁, 민족의 나아갈 바를 놓고 좌우의 이념대립이 불꽃을 튀긴 해방 공간, 분단과 한국전쟁, 경제개발과 독재, 그리고 가혹한 탄압과 희생 속에서 꽃핀 민주화. 파란과 곡절로 점철된 근현대사의 굽이굽이에서 시대의 고뇌를 갈파하고, 역사의 물꼬를 바꾼 명문과 명연설문을 한 묶음으로 만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어쩌면 극히 평이할 수 있는 이 같은 물음이 이 책을 쓰게 했다.
신문사 논설위원들의 현장감 넘치는 해설
이 책의 실린 명연설문의 태반은 우리 근현대사를 수놓은 위인, 혁명가들의 것이다. 1894년 동학혁명에서부터 1960년 제2공화국의 시작까지 아우르면서 글로서의 완성은 물론이고, 우리 역사의 고비에 굵은 궤적을 남긴 것들을 추린 결과다. 그리고 여기에 해당 연설문을 쓰게 된 배경과 인물 설명을 한 길라잡이 글을 매번 곁들였다. 길라잡이 글은 당시의 신문과 증언, 자서전과 회고록 등을 참고해 최대한 사실에 충실하면서도 발표된(혹은 연설된) 현장과 시대를 보다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도록 현장감을 살렸다. 연설문의 경우에는 미리 준비한 글 없이 현장에서 즉석으로 시도된 것이 많아 전해지는 판본도 여럿인데다 서로 다른 부분이 많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연설문을 읽으며, 그 시간 속으로 들어가 앞뒤 정황을 살펴 임의로 오자를 수정하고 최대한 원문에 가깝게 전하려고 노력했다. 또 1940년대 이전의 글만 해도 한자 표현이 많아 지금 읽기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 중간중간 번역글을 달았다. 1894년부터 1960년의 격동기를 총 4개의 장으로 나눠 27개의 연설문을 실었다. 좌우의 이념적인 잣대를 최대한 배제하여 그동안 접하기 힘들었던 해방정국에서의 김일성, 박헌영의 연설문도 포함했다.
Contents
들어가는 글
일러두기
동학혁명에서 한일합방 - 열강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근대 조선
1894 무장 창의문과 백산 격문_ 전봉준
1896 독립신문 창간사_ 서재필
1905 시일야방성대곡_ 장지연
1905 창의토적소_ 최익현
1907 헤이그 만국평화회의 연설_ 이준
1910 법정 최후 진술_ 안중근
한일합방에서 8.15해방 - 식민지, 줄기찬 독립운동
1919 대한독립선언서_ 조소앙
1919 기미독립선언서_ 최남선.한용운
1919 조선독립에 대한 감상의 개요_ 한용운
1919 일본 인사들은 깊이 생각하라_ 여운형
1923 조선혁명선언_ 신채호
1925 동포에게 고하는 글_ 안창호
1926 청년이여_ 이상재
1940 한국 광복군 총사령부 성립 전례 개회사_ 김구
8.15해방에서 한국전쟁 - 해방, 분단, 그리고 전쟁
1945 조선 민족 해방의 날은 왔습니다_ 여운형
1945 현 정세와 우리의 임무_ 박헌영
1945 임시정부 개선 환영대회 연설_ 김구
1945 모든 힘을 새 민주조선 건설을 위하여_ 김일성
1946 우리 조국을 광복하오리다_ 조소앙
1947 조선말 큰 사전 머리말_ 조선어학회
1948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취임사.정부수립 기념사_ 이승만
1950 유엔은 북한 침략을 저지할 의무가 있습니다_ 장면
한국전쟁에서 제2공화국 - 이승만 독재체제의 구축과 민주주의의 열망
1956 못 살겠다 갈아보자_ 신익희
1956 진보당 창당 선언문_ 조봉암
1958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6.25 싸움이 주는 역사적 교훈_ 함석헌
1960 자유의 종을 난타하라_ 서울대 문리대 4.19혁명 선언문
1960 제2공화국 경축사_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