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시대가 많이 변했지만, 중장년층의 기억 속에 아버지는 감히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산이었다. 아버지가 집 안에 있으면 목소리와 발소리를 낮추고,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할 때도 그렇게 조심스러울 수가 없었다. 그 거대한 산이 세월의 온갖 풍상을 겪은 뒤 점점 퇴락의 길로 접어들고, 그 아들 딸들이 자라 가정을 꾸리고 자식들을 낳아 기를 때, 어느덧 늙어 초췌해진 아버지의 뒷모습이 유난히 서글펐던 느낌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지난날 동서를 막론하고 아버지의 권위는 대단했다. 아내는 물론이고 자식들에게 무조건적인 복종을 요구하며 독재자로 군림해왔던 아버지, 바로 그런 관점에서 '아버지의 덫Die Vaterfalle'은 아버지에 대한 가차없는 비판을 가한다. 저자인 지그리트 슈타인브레허는 정신요법의학 박사로서 아버지가 어떻게 어린 딸의 감정에 영향을 끼쳤는지를 심층적인 분석으로 접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