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통해 사람과 역사를 이야기해 온 한국예술종합학교 조인수 교수가 한국 회화사에서 중요하게 거론되는 인물화 50점을 선정하여, 인물화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 준다. 실제 인물을 그린 초상화, 역사 속 인물의 유명한 이야기를 그린 고사인물화, 신선이나 부처, 보살 같은 종교적 인물을 그린 도석인물화 등 이 책에서 보여 주는 다양한 작품은 독자들을 옛 사람의 이야기 속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저자는 다양한 인물의 이력과 일화, 초상화를 그리게 된 동기, 발문이 있는 경우 주인공과의 연관성을 자세하게 소개하여 한층 더 흥미롭게 그림을 볼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특히 그간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여성초상화 3점이 포함되어 있다. 사람의 힘으로는 어쩌지 못하는 ‘늙는다는 것’을 잘 표현한 오 부인 초상은, 여성초상화가 극히 드문 조선 시대 상황을 고려하면 매우 귀중한 작품이다. 가르마가 드러나도록 머리카락이 빠지고 눈꺼풀이 처진 왜소한 86세의 노파를 그린 강세황의 오 부인 초상과 입을 꼭 다문 채 노리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을 그린 신윤복의 미인도를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빠뜨릴 수 없는 책의 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