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 책에서 현대정신분석이론의 연구자들이 정체성과 자기동일성 개념, 또 사회구조에 대항한 주체의 저항가능성 등을 어떻게 제시하는지를 살펴 볼 소중한 기회를 갖게 된다. 정신분석이론은 해당 전문용어와 이론체계를 이해하지 않고는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이런 어려움은 정신분석 연구서를 번역한 글을 읽을 때 배가되기 마련이어서 이 책이 일반 독자에게는 가독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혹 우연이라도 이 책을 펼쳐서 이 서문을 읽게 된 독자라면, 다른 것은 몰라도 두 가지 내용만이라도 얻기를 바란다.
정체성이 우리가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불가피한 일종의 가면과도 같은 것이라면, 주체란 그 가면 뒤의 ‘나’라는 어떤 실체이며, 그 실체의 본질은 ‘틈’이다. 이 주체의 틈으로부터 라깡이 이론화하고 지젝이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해준 ‘윤리적 행위’가 빛을 발하고 나온다. 결국 정신분석이론의 핵심은 상징질서에 균열을 내는 행위자는 다름 아닌 주체라는 것, 쉽게 말하면 중요한 것은 사람이자 개개인으로서의 우리라는 것이다. 이 주체의 윤리적 행위에 대한 궁극적 배신은 어떤 악행이라기보다는 기적과도 같은 윤리적 행위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극구 부정하며 자신을 상징질서의 유한한 감옥 안에서 근근이 버티고 살아가는 필멸의 존재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라는 지젝의 발언이 던지는 큰 울림을 듣기를 바란다.
Contents
역자 서문 _ 7
편집자의 말_마리나 드 카네리 _ 13
‘열정적 애착’으로부터 탈-동일화로_슬라보예 지젝 _ 16
일자에 균열내기: 주인, 노예 그리고 그의 아내_마리나 드 카네리 _ 45
동일화와 강박의 실재_데이비드 멧츠거 _ 68
환상으로서의 성과 증상으로서의 성_커스틴 힐드가르 _ 85
절대적 차이: 개념의 흔적_앤드류 J. 루이스 _ 103
동일화_조엘 도르 _ 121
고유명사, 그 순수한 기표_러셀 그리그 _ 136
필자 및 역자 소개 _ 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