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어떤 법조인이 쓴 책보다 전문적인 성범죄 관련 법률 지침서이다. 또한 성폭력 피해자로서 스스로를 구하고, 나아가 연대로써 세상까지 구하려는 야망이 꿈틀대는 책이다.”
- 김수정(변호사, 《아주 오래된 유죄》 저자)
#n번방은_판결을_먹고_자랐다. 디지털 성범죄에 너그러운 사법부를 비판하는 이 해시태그는 ‘n번방’에만 해당될까? ‘n번방’ 이전에 ‘소라넷’, ‘AV스눕’, ‘웰컴투비디오’로 이어진 ‘선처의 역사’가 있다. 그 긴 시간 동안 사법부는 성범죄 가해자에게 너그럽지 않았던 순간이 드물었다. 이 책은 이러한 사법 시스템을 둘러싼 자세한 관찰과 분노의 기록이다. ‘마녀’로 알려졌고, 지금은 ‘연대자 D’로 불리는 익명의 활동가인 저자는 전국을 누비며 수많은 성폭력 사건의 수사와 재판 과정을 지켜봤다. 그의 눈에 비친 사법 시스템의 생생한 풍경은 우리가 기사로만 접했던 성범죄 재판이 실제 법정에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전에 수사와 기소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이 모든 과정을 둘러싼 다양한 주체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판결문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보여준다. 이를 통해 사법 시스템이 어쩌다 ‘그들만의 성채’가 되었는지, 변화는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한 성폭력 피해자의 생존과 연대에 관한 치열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피해 이후 말·시간·자리를 잃고 홀로 4년간 법정 싸움을 견딘 저자는, ‘그때 내 옆에 지금의 내가 있었다면 어땠을까’를 되뇌며 다른 피해자들과 연대하기 시작했다. 이후 사법 시스템 감시에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다 ‘방청연대’라는 말을 만들었고, 수사·재판 모니터링 교육을 기획하며 피해자부터 판사와 검사, 변호사와 활동가 등 시스템 내외부의 다양한 사람들을 연결해나간다. 경계가 없어 보이는 그의 활동은 ‘잊히기 위한 연대’, ‘대체 가능한 연대자’라는 목표를 향한 ‘계산된’ 발걸음이다. 누구보다 완벽한 ‘그림자’가 되고 싶어 했던 그의 이야기는, ‘좋은 일’, ‘필요한 일’ 정도로 여겨지는 ‘연대’에 어떤 전략과 윤리, 성장과 책임, 진화가 필요한지도 치열하게 묻는다.
Contents
프롤로그: 일단 살아만 있어요
1장 피해자에서 연대자로
예민하고 끈질긴 미친년 | 마녀, 사냥을 시작하다 | 그림자가 되는 일 | “고통은 현재에 있다” | “왜 하필 당신이어야 했나” | 허위과장의 진술습벽이 있는 여자 |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렸다 | 고소와 고립 앞에서 | 가해자의 죽음, 피해자의 삶 | 싸움이 끝난 후
2장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
보호할지 말지 정하는 사람 | 합의는 어떻게 악용되는가 | ‘최대 29년 3개월’의 진짜 의미 | 성범죄자에게 잊힐 권리란 없다 | 미국으로 갔어야 했다 | 이것을 정말 변화라고 말하려면 | 듣는 일에도 준비가 필요하다 | 어느 판사님께 드리는 편지
3장 또 다른 톱니바퀴들
피해자는 당사자가 아니라는 말 | 경찰이라니, 가해자인 줄 | 판사 뒤에 숨은 검사들 | 국선변호사는 누구를 변호하는가 | “피해자를 불러내 증언의 고통을 안기세요” | 계산된 전략, 보복성 고소 | ‘후기’로 맺어진 유대 | ‘여’가 없으면 기사를 못 쓰나 | 연대의 탈을 쓴 착취자들 | 그럼에도 당신이 싸우기를 선택한다면
* 톱니바퀴들의 상호작용: 군은 무엇을 지키나
4장 잊히기 위한 연대
욕망하는 연대자 | 트위터, 개미지옥에 빠지다 | 공동체적 해결에 필요한 것들 | 파티와 화형식 | 그때의 내게 내가 있었다면 | 방청연대 연대기 | 판결문 읽는 법 | 시스템은 사람이 바꾼다 | ‘-디’가 되기 위해
5장 디지털 성범죄 재판 방청기
서울: ‘박사방’ 재판이 중요한 이유 | 수원: ‘성착취’가 등장하다 | 인천: 연대자들을 향한 위협 | 춘천: 지역 활동가들의 힘 | 창원: 수기를 불허하는 공개재판 | 안동?김천: ‘갓갓’ 이전과 이후 | 울산: ‘디지털 네이티브’가 적힌 판결문 | 제주: 호통에 가려진 것들 | 부록 1: 한눈에 읽는 지역별 재판 결과 | 부록 2: ‘n번방’, ‘박사방’, ‘프로젝트n번방’ 사건의 평균 형량·보안처분 | 부록 3: 텔레그램 성착취·성폭력 사건의 수사와 재판, 그리고 연대의 기록
에필로그: 길을 잇는 이들에게
주
더 깊이 읽기를 위한 자료
별책부록: 감시·기록·목격하는 일반인 연대자들을 위한 성범죄 형사재판 모니터링 수첩
Author
D
이름도 직업도 나이도 베일에 싸인 반성폭력 활동가. 과거에는 ‘마녀’로 활동했고, 지금은 ‘D’로 활동 중이다. 그 자신이 피해자가 되어 사법 시스템 속에서 홀로 분투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피해자들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소외당하지 않도록 연대한다. 2014년 이후 지금까지 혼자 전국의 법원과 수사기관을 방방곡곡 찾아다니며 피해자들의 뒤를, 때로는 옆을 지키면서 수사와 재판 과정을 지켜보고 기록한다.
처음엔 피해자 개인의 곁에서 연대를 시작했다가, 점차 수사부터 재판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이제는 전국의 수사기관과 법원을 감시하면서 일반 시민들과 함께하는 연대로 넓혀가고자 한다.
그가 어떤 매체보다 빠르게 SNS에 올리는 성범죄 수사와 재판에 대한 기록은, 이제 꾸준히 축적되어 ‘방청연대’의 베이스캠프를 구축하고 있다. 일반 시민을 위한 수사와 재판 과정 모니터링 교육과 판결문 읽기 교육을 진행하고, 언론에 칼럼을 기고하며, 판사와 검사 등 사법 시스템 내부의 사람들과 만나 인터뷰와 강연을 하는 등 경계를 넘나들며 시스템을 바꾸는 연대, 연대의 시스템화를 위한 다리를 놓고 있다.
이름도 직업도 나이도 베일에 싸인 반성폭력 활동가. 과거에는 ‘마녀’로 활동했고, 지금은 ‘D’로 활동 중이다. 그 자신이 피해자가 되어 사법 시스템 속에서 홀로 분투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피해자들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소외당하지 않도록 연대한다. 2014년 이후 지금까지 혼자 전국의 법원과 수사기관을 방방곡곡 찾아다니며 피해자들의 뒤를, 때로는 옆을 지키면서 수사와 재판 과정을 지켜보고 기록한다.
처음엔 피해자 개인의 곁에서 연대를 시작했다가, 점차 수사부터 재판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이제는 전국의 수사기관과 법원을 감시하면서 일반 시민들과 함께하는 연대로 넓혀가고자 한다.
그가 어떤 매체보다 빠르게 SNS에 올리는 성범죄 수사와 재판에 대한 기록은, 이제 꾸준히 축적되어 ‘방청연대’의 베이스캠프를 구축하고 있다. 일반 시민을 위한 수사와 재판 과정 모니터링 교육과 판결문 읽기 교육을 진행하고, 언론에 칼럼을 기고하며, 판사와 검사 등 사법 시스템 내부의 사람들과 만나 인터뷰와 강연을 하는 등 경계를 넘나들며 시스템을 바꾸는 연대, 연대의 시스템화를 위한 다리를 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