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명말청초의 문장가이자 비평가 김성탄(金聖嘆, 1608-1661)의 생애와 문장론, 『수호전』 비평, 한국문학에 끼친 영향과 비평의 적용을 아울러 검토한 연구서이다. 김성탄은 1641년과 1656년에 소설 『수호전』과 희곡 『서상기』에 평점을 더해 간행한 『제오재자서수호전(第五才子書水滸傳)』과 『제육재자서서상기(第六才子書西廂記)』를 간행했는데, 이는 동아시아 문학사에서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그의 글은 상층 아문학(雅文學)와 민간 속문학(俗文學) 사이 높은 담장을 허물었고, 창작과 비평을 구획하는 경계석을 치웠으며, 글쓰기(문학)와 상업 출판을 아울렀다. 독서계는 김성탄의 새로운 스타일 글에 열광했으며, 그러한 글쓰기 방식과 출판이 널리 유행했다. 두 책이 널리 읽혔고, 김성탄의 이름을 가탁한 평점본 『삼국지연의』 등이 출간되었다. 그의 이름이 붙은 책 한두 권이 없는 집이 없을 정도였다. 이러한 현상은 19세기 말까지 이어졌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김성탄의 행적과 내면, 그리고 그의 문론과 작법을 소개하였다. 여기서 밝힌 행적과 내면은 1965년에 그 존재가 알려지고 1979년에야 공개된 『침음루시선(沈吟樓詩選)』을 검토한 결과이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것은 물론, 중국 학계에서도 거론되지 않은 내용이 많다. 문론과 작법의 규명한 텍스트는 『제육재자서서상기』이다.
2부는 이 책의 중심 내용이다. 김성탄은 기존의 100회 또는 120회 『수호전』을 70회로 줄이고, 처음과 끝을 다시 구성하였으며, 여기에 평점을 더해 간행하였다. 이 책은 공전절후의 대성공을 거두었다. 김성탄의 비평은 『수호전』의 구성과 표현과 인물 구석구석의 의미를 발견했고, 서사의 긴장도를 높이기 위해 원전의 개작을 서슴지 않았다. 김성탄의 비평이 더해지며 소설의 요소 요소는 예술적 광채를 발휘하게 된다. 뒷날 독자들은 소설의 원 내용보다 김성탄의 평어에 더 열광하였다. 2부에는 주요 인물―노달, 임충, 무송, 이규, 송강 ― 과 서사 단락 별로 접근한 9편의 논문이 실려 있다.
3부에는 한국문학에 끼친 김성탄의 영향과 그의 서사론을 적용한 3편의 논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언진의 문제작 170수 연작 「호동거실(??居室)」 안에 도사리고 있는 김성탄과 『수호전』의 파괴적인 면모, 『열하일기』의 전후 맥락을 함께 고려할 때 드러나는 「호질」과 「허생」의 색다른 미감의 논의하였다. 이문구의 8편 연작 『관촌수필』을 텍스트로 김성탄 서사론의 현대적 가능성을 타진하였다. 김성탄 서사론으로 현대소설을 읽을 때 텍스트 곳곳에서 발견되는 관절과 묘미는, 동서와 고금을 아우르고 장르 사이를 넘나드는 새로운 미학의 가능성을 생각하게 한다.
Contents
서
수록 글의 원 출전과 제목
제1장 김성탄의 생애와 글쓰기 방식
김성탄의 시, 시 속의 성탄 - 『침음루시선』의 풍경과 마음 조각들
김성탄의 사유와 글쓰기 방식 - 『제육재자서서상기』의 평어 읽기
제2장 김성탄과 함께 『수호전』 읽기
대서사의 개장과 결속
노달 서사, 셈 없는 의협과 해학의 구현
임충 서사, 하급 관리의 우유와 원독
서사의 전환, 황니강 사건과 삼완의 등장
무송 서사, 수정(守靜)과 광포를 오가는 계행
송강에 대한 혐오와 비난, 반유 인식
흑선풍 서사, 도덕 아래 깊은 본능의 화현
삼타축가장, 양산박 역량의 점검
역량의 대결집, 양산박의 성세
제3장 한국문학과 김성탄, 그 서사론의 적용
「호질」과 「허생」 읽기, 절세 기보에 접근하는 두 방법
도시문화의 모세혈관, 골목길의 발견 - 이언진의 「호동거실」 연작 속 김성탄의 그림자
『관촌수필』의 제목과 포진법
[부록 1] 김성탄 연보
[부록 2] 『침음루시선』 일람표
참고문헌
Author
이승수
휘어진 시간 위의 여행자이다. 미래를 기억하고 과거를 상상한다. 곡선의 숭배자이다. 멈춰 서 돌아보고, 작은 소리를 들으며 느리게 에둘러 간다. 몇 명의 인물, 몇 곳의 장소, 몇 편의 시문에 대한 글을 지어 발표했다. 여전히 의문을 가득 품은 위험한 짐승이며, 캄캄한 미지(未知)의 동굴이다.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잿빛 늑대들과 함께 우주를 항행하고 있다.
휘어진 시간 위의 여행자이다. 미래를 기억하고 과거를 상상한다. 곡선의 숭배자이다. 멈춰 서 돌아보고, 작은 소리를 들으며 느리게 에둘러 간다. 몇 명의 인물, 몇 곳의 장소, 몇 편의 시문에 대한 글을 지어 발표했다. 여전히 의문을 가득 품은 위험한 짐승이며, 캄캄한 미지(未知)의 동굴이다.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잿빛 늑대들과 함께 우주를 항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