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탄생은 책에 관한 책 중 으뜸 고전으로 불리며 1958년에 프랑스에서 초판이 출간된 이후 한국어판으로는 56년 만에 처음 소개되는 책이다. 프랑스 아날학파의 창시자인 뤼시앵 페브르가 방향을 제시하고 그의 충실한 제자 앙리 장 마르탱이 집필을 책임진 이 책은 곧 문헌사학의 고전으로 자리잡으며 실로 일대 변혁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의 출간으로 말미암아 책의 탄생과 확산에 대해 처음으로 전방위적 분석이 이뤄졌으며, 책은 이후 지식과 문화적·경제적·사회적·심미적 관점에서의 분석 대상이 되었다. 인쇄술 발명 당시의 사람들과 인쇄 장인이자 인문주의자였던 이들의 인쇄 작업장, 종이 수급과 재정 문제, 활자 발명과 서체의 문제, 원고 출간, 페이지 구성, 책의 전반적인 형태, 영업망 구축과 각종 박람회, 인쇄소와 책의 지리적 분포, 저자·삽화가·서적행상인·인쇄업자들의 상황, 윤허권·저작권과 무단복제의 문제 등 모든 측면이 거시적인 사회사의 관점에서 조명되었다.
이로써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해온 책에 대해 하나의 새로운 역사적 시각이 탄생한 것이다. 아날학파는 역사 연구의 방향을 단순히 정치적·군사적·외교적 측면에 국한시키지 않고 사회경제사를 포함해 ‘종합적’으로 추구하는 학파로서, 이후 세계의 수많은 역사 연구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